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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4·3 흔들기 잇단 소송…지하 원혼들 ‘피눈물’

등록 2010-12-12 20:17

한 할머니가 지난 4월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안 ‘행방불명인 표지석’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한 할머니가 지난 4월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안 ‘행방불명인 표지석’ 앞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극우세력들 “특별법·희생자 결정으로 명예훼손”
법원, ‘적반하장’ 소송 6건중 4건 기각·각하 결정
“대통령이 사과하고 유족들의 명예회복 사업이 이뤄지는 마당에, 극우보수 세력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역사를 되돌리겠다는 것입니까?”

제주 서귀포시 양아홍(71)씨는 4·3 당시 9살이었다. ‘사건’의 와중에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등 모두 6명의 가족과 친척을 잃었다. 소년이 목격했던 현장은 고희를 넘겨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는 4·3과 관련한 극우 인사나 세력들의 소송 제기에 분노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다.

제주4·3특별법 제정(2000년), 진상조사보고서 발간(2003년)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2003년)로 풀리기 시작했던 4·3 문제가 이명박 정부 들어 꼬이고 있다.

보수 인사·단체들의 최근 4·3 관련 소송 제기 현황(※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07년 3월 이후 제주4·3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의 4·3 희생자 심사·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극우단체나 인사들이 지난해 3월과 5월, 6건에 이르는 4·3관련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6일 우익단체 연합체인 국가정체성회복 국민협의회를 포함한 147명이 제주4·3위원회를 상대로 ‘4·3특별법 및 일부 희생자 결정 위헌 확인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까지 헌법소원 2건, 행정소송 2건, 국가소송 2건 등이 극우인사들에 의해 잇따라 제기됐다.

4·3특별법과 당시 수감생활을 한 수형자들을 희생자로 결정한 것이 자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6건의 소송 가운데 지난달 희생자 결정 무효 확인 소송과 4·3특별법 위헌소송 등 3건이 잇따라 기각되거나 각하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4건이 기각 또는 각하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5일 위헌 소송과 관련해 “희생자 결정은 그 목적과 내용, 실질적 효과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들의 자기 관련성이 없어 명예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극우인사들의 위헌 소송을 각하했다. 헌재는 또 “4·3특별법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소송 제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선교(서울 백운교회 목사)씨는 희생자를 ‘폭도’로,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이라고 했다가 2008년 7월 유족들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지난 4월 열린 1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남에 따라 이씨는 유족들에게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그는 항소했다.

유족들과 4·3 관련 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희생자 심사 결정 등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극우세력들의 역사적 진실을 한꺼번에 뒤집으려는 시도 자체가 4·3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4·3연구소 관계자는 “당시 재판이 형식적이었거나 엉터리였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로 밝혀졌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있다”며 “마땅히 국가가 희생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연 제주4·3평화재단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극우세력들의 ‘4·3 흔들기’가 있었지만 이처럼 전면적으로 흔들기 시도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분노했다.

오치훈 변호사(법무법인 로투스)는 “애초 극우단체나 인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4·3과 관련해 제기할 만한 소송은 다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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