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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오월 투사의 ‘수리수리 마수리~’

등록 2010-12-19 20:25수정 2010-12-19 20:28

이지현씨.
이지현씨.
5·18때 한쪽 눈 잃은 이지현씨
‘광주’ 관심 모으려 마술 배워
“공연으로 희망 전하고 싶어”
5·18 부상자 동지회 회장을 지낸 이지현(57·사진)씨는 요즘 ‘007 가방’을 들고 청소년들을 만난다. 이 가방 속엔 갖가지 마술도구들이 들어 있다. 지난 9일엔 광주 인성고에서, 13일엔 전남 영광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3학년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1인극을 선보였다. 구음으로 각종 악기 소리를 내면서 등장한 뒤, 불 마술을 펼쳐 보이고 역대 대통령 성대모사로 인사를 한다. 물 마술을 시연할 땐 4대강 문제도 살짝 이야기한다. 그는 “4분의 3은 마술이고, 나머지는 마술과 연관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요가 수련을 했던 이씨가 물구나무를 선 채 결가부좌를 하면 탄성이 터져나온다.

1980년 5월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그는 광주에 왔다가 계엄군에게 맞아 왼쪽 눈을 다쳤다. 이후 흰색 안대 속에 내면의 상처를 감추고 살았다. 85년 전국 최초로 5·18 관련 옥외 강연을 하는 등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5월 투사’가 됐다. 88년 국회 광주 청문회 때도 증언하러 나갔다. 5·18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 옥고도 치른 그는 두 차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씨는 음악과 악기 연주로 스스로를 치유했다. 판소리와 북장단을 배웠고, 색소폰과 드럼 연주도 수준급이다. 광주상고 재학 시절 호남지역 고교 야구계 응원단장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한 그에겐 “원래 예술적 끼가 있었다”고 했다. 2001년 “5·18 초청 강연 때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200여차례 크고 작은 마술쇼에 출연한 이씨는 5·18 민중항쟁 30돌이었던 올해 5월 처음으로 1인극으로 공개 무대에 섰다. “5·18 30돌이 되니 마음이 허전하더군요.” 옛 전남도청 앞에서 품바 공연을 했고, 5·18 때 치료를 받았던 전남대병원을 찾아가 ‘보은’하는 마음으로 마술쇼를 선보였다.

그의 예명은 ‘이세상’이다. 전자우편에 쓰는 이름은 ‘통일세상’이다. 올해 <문예시대>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아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그는 마술공연이 끝날 무렵 통일을 바라는 자작시도 낭송한다. 이씨는 앞으로 마술쇼와 성대모사, 품바를 섞어 정치 풍자 1인극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투사가 아니라 예술인으로 세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며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마술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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