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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옥천 할머니들 ‘가슴에 품은 삶’ 영화로 빚다

등록 2010-12-27 08:55

충북 옥천군 안남면 할머니들이 영화 <대근했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안남 어머니학교에서 한글을 익힌 할머니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까지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어린이 문화 사과 제공
충북 옥천군 안남면 할머니들이 영화 <대근했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안남 어머니학교에서 한글을 익힌 할머니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까지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어린이 문화 사과 제공
한글학교 70대 학생들 40명
직접 각본 쓰고 섭외·연기도
‘대근했던 영화’ 완성·시사회
고된 시집살이 등 기억 담고
데이트 등 꿈 실어 ‘해피엔딩
충북 옥천군 안남면 할머니들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제목이 <대근했던 영화>다. 말대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힘들었고, 70~80년 세월 동안 살아온 인생역정 또한 힘들었다는 뜻을 옥천 사투리(대근하다)로 표현했다. 영화 제작에 나선 할머니들은 한글 학교인 ‘안남 어머니학교’ 70~80대 학생 40여명이다. 이들은 2003년 문을 연 학교에서 70여년 지고 산 ‘까막눈’의 멍에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생활 문화 공동체 사업에 낸 ‘내 나이 70 영화광’이라는 영화 제작 기획안이 선정돼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할머니들은 뒤늦게 깨친 ‘떠듬떠듬’ 한글로 시나리오를 쓰고, 장소를 고르고, 연기까지 했다. 촬영 등 제작은 충북 괴산지역 문화·예술 교육 단체 ‘어린이 문화 사과’가 맡았다. ‘사과’는 8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마을 곳곳을 다니며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를 제작한 목윤지영 감독은 “시나리오가 있기는 했지만 할머니들의 몸에 밴 말투와 애드리브(즉흥연기)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영화”라며 “별도의 지도 없이 카메라만 들고 있으면 그냥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한 많은 인생사가 영화에 오롯이 녹아 있다.

“애도 못 낳는 년이 밥은 많이 처먹네”라는 시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농막댁(유봉순), “쌀밥 먹은 자식 놈들은 거들떠도 안보는데 조밥 먹은 년이 나를 거두네”라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자신의 신세를 스스로 위로하는 송정댁(김장순), 남편의 화투 노름에 속을 썩이는 서당골댁(이복례) 등은 가슴 켜켜이 쌓인 기억들을 영화에 토해냈다.

시동생의 병원비 때문에 십수년 정든 소와 이별하며 흐르는 순이(송영금)의 눈물은 영화 <워낭소리>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할머니들의 바람을 담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50여년을 거슬러올라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남편의 병이 낫고, 장가 못 간 아들이 색시를 데려온다. 또 노름꾼 남편은 정신을 차리고, 고질병 관절염이 나아 뛰어 다니며, 남북이 통일되는 등 영화 안에서는 할머니들의 소원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송영금 할머니는 “까막눈을 면한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영화를 통해 옛 기억을 더듬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며 “가슴에 묻어만 두고 지낸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다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2시 옥천군 안남면 사무소에 마련된 어머니학교에서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칼바람을 안고 영화관에 들어선 100여명의 관객들은 1시간 남짓 울고 웃은 뒤 상기된 얼굴로 극장을 나섰다.

송윤섭(46) 어머니학교 교장은 “성탄과 한해 마무리를 앞두고 아주 좋은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옥천 안남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든 어머니, 할머니들이 공감하는 것이어서 재미와 감동이 더 했다”고 말했다.

옥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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