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 직원들 ‘출퇴근 금지’
축사살이하며 방역 힘쏟아
축사살이하며 방역 힘쏟아
구제역이 5개 시·도로 확산되면서 한우·젖소 종축장에 초비상이 걸렸다. 충남 서산의 한우개량사업소와 경기도 고양의 젖소개량사업소가 각각 국내에서 유일한 인공수정용 정액 생산처여서, 두 종축장의 안전 여부에 한국 축산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원벌리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에 새 이불 30채를 실은 1t 트럭이 들어섰다. 차량소독기를 통과한 탓에 이불을 싼 비닐마다 점점이 소독액이 맺혔다.
“연말까지 출퇴근 금지령이 내려졌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내년 봄까진 비상근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불을 받아든 직원들은 따뜻하게 밤샘할 수 있게 됐다며 웃음지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모든 한우 송아지의 아버지 격인 씨수소 126마리를 비롯해 우수 한우 2400여마리를 보살피고 있다. 애초 씨수소 202마리를 키우다가, 이곳이 구제역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경북 영양 분축장과 전북 무주 분축장에 각각 27마리와 49마리를 보내 키우고 있다.
직원 90명은 지난 21일부터 출퇴근이 금지됐다. 축사 전담 직원은 아예 축사에서 잠을 자며 방역과 예찰을 한다. 이곳 방역 관건은 종축장을 가로지르는 해미~운산간 647번 지방도를 오가는 차량을 얼마나 철저히 소독하느냐이다. 한우개량사업소는 광역살포기를 적재한 트럭 2대를 가동해 도로 양방향 10㎞ 구간을 오가며 지나는 차량들을 소독하고 있다. 차의수 관리팀 차장은 “한밤이면 소독약이 차량 유리에 얼어붙어 사고 위험이 높다”며 “춥고 눈까지 내리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우개량사업소는 연간 암소 100만마리의 인공수정에 필요한 정액앰풀 200만개를 생산해왔으나, 구제역 확산 때문에 지난 20일부터 공급을 중단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의 젖소개량사업소도 사정이 급박하다. 모든 직원이 ‘축사살이’를 하며 긴급 방역에 밤낮이 없다. 이곳은 한국형 씨젖소인 베타비아와 포비돈 씨수소를 비롯해 123마리의 우량 젖소를 첨단 축사 3곳에서 보호하고 있다. 이 가운데 45마리는 전북 무주 분축소로 옮겼다.
김영호 관리팀 차장(수의사)은 “10일 넘게 축사살이를 하지만 한국 축산의 미래가 종축장 사수에 달린 만큼 구제역 차단에 힘을 다하고 있다”며 “최후 보루인 무주 등 분축장은 깊은 산골에 있어 안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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