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공원 무료 전시관 없애고 와인카페 운영
생태복원 뒷걸음…서울시 “시민 휴식공간 마련”
생태복원 뒷걸음…서울시 “시민 휴식공간 마련”
서울시가 ‘남산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남산공원에 있는 남산전시관을 와인 등을 파는 상업시설로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야외식물원 재정비 사업을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벌여왔다. 이 일대는 1994년 남산외인아파트 2개동과 외국인 단독주택 단지가 철거된 자리로, 서울시는 1997년 이곳에 남산야외식물원을 조성했으나 시설 등이 오래됐다며 이를 정비한 뒤 지난달 남산공원으로 재개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공원 나들목에 있는 남산전시관(이태원동 258-148번지)을 와인·커피를 비롯해 파스타·피자 등을 파는 카페로 새롭게 조성하고, 사업자를 선정해 운영을 맡겼다. 시는 이곳에 카페를 만들면서 기존 수목 가운데 일부를 없애고, 잔디광장을 만들었다. 남산공원 나들목도 카페 들머리 쪽으로 조정해 진입광장을 만들었다.
다만 기존 전시관을 없애는 대신, 카페 지하 1층은 생태체험 등 남산과 관련한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카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카페는 지난달 13일 문을 열었다.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하던 전시관이 와인 등을 파는 카페로 바뀌면서, 이곳이 특정 이용객들의 공간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민 강아무개(57)씨는 “이런 시설은 야간에 차를 타고 와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산보를 하며 남산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왜 이런 시설을 여기에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서울시는 앞서 남산전시관을 만들 때, 애초 이 시설을 소유한 ‘이광희 패션’으로부터 ‘개발시대에 훼손된 남산의 제모습을 되찾겠다’며 2000년 건물을 매입하고는 이를 생태·역사성 회복과는 무관한 음식점으로 용도변경해, 서울시의 남산 관련 정책이 애초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카페 시설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태도다. 최현실 서울시 중부푸른도시사업소장은 “그동안 남산야외식물원과 남산전시관은 시설이 낡고 휴식공간이 부족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했다”며 “다양한 이용객을 불러모으고 남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려면 카페테리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남산은 경관이나 생태적으로 공적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노출될 때는 사적 소비공간이 아닌 공공 시설이 들어가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카페는 일부 계층만을 위한 ‘제2의 남산외인아파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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