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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산골로 들어간 4·3투사, 고향 제주서 ‘자연예찬’

등록 2011-01-20 11:39

김명식 시인, 후배들 모금으로 시집 출판기념회
1976년 3월 장시 ‘10장의 역사연구’를 써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3년. 1986년 6월 일본 유학 중 지문날인 거부로 강제추방. 1989년 11월 제주4·3사건의 진실을 밝힌 자료집 <제주민중항쟁> 전 3권을 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제작)으로 징역 1년6개월.

지난 98년 4월 다섯 자녀를 데리고 강원 화천군 선이골로 떠난 뒤 <선이골 외딴집 일곱식구 이야기>로 더 잘 알려진 김명식(66·사진) 시인의 이력이다.

그를 좋아하는 후배들이 그의 시집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연다. 21일 저녁 6시30분 제주시 건입동 제주문학의 집에서 열리는 ‘김명식 시인의 시집 <사랑의 깊이> 출판기념회’는 김 시인을 좋아하는 후배들과 그에게는 뜻있는 기념회가 될 것 같다.

김 시인의 제주도 후배들은 지난해 10월께부터 ‘김명식 시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십시일반으로 시집 출판을 위해 모금활동을 벌였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수열(53) 시인은 “젊은 시절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고향의 4·3사건 진상규명 운동에 헌신한 김 선생의 출판기념에 선뜻 나서는 인사들이 많았다”며 “이번 출판기념회는 김 선생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집은 그가 그동안 써낸 16권의 시집들과는 다르다. 기존 시집들이 민주주의와 통일, 제주4·3, 사회정의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오염되지 않은 선이골 골짜기의 눈처럼 맑은 자연을 담고 있다.

김 시인의 후배 문무병(61)씨는 “이번 시집에는 89년 4월 제주시 시민회관에서 처음 열린 4·3추모식 때 진상규명의 당위성을 항변하던 투사의 모습 대신 모든 것을 사랑과 그리움으로 녹여낸 ‘자연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은 아이들과 선이골에서 겨울을 나면서 ‘사랑의 깊이’ 밑바닥에 ‘자연의 깊이’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한다.


“사랑의 깊이는 자연의 깊이를 노래한 것이다. 자연의 깊이에는 모든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평화의 깊이와 사랑의 깊이가 또렷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자연’ 살림살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살아가면서 다시 나를 쓴다’ 중에서)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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