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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학생들 구하려다…한 버스기사의 ‘살신성인’

등록 2011-01-20 18:35수정 2011-01-21 08:49

여고앞 내리막 미끄러지는 차
온몸으로 막아서다 깔려 숨져
“그분이 우릴 살렸어요.”

20일 오전 광주 ㄷ여고의 각 교실에 안내문이 돌았다. 지난 18일 학교 앞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버스기사 김아무개(53)씨를 추모하는 뜻에서 작은 정성을 모으자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 2학년 김아무개(17)양은 “사고 당일 학교 앞에 있다가 ‘비켜, 비켜’ 하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버스가 앞으로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며 “나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버스 앞에서 몸으로 버티고 있던 기사 아저씨가 세상을 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직원 친목회도 김씨의 ‘살신성인’을 기리기 위해 조위금을 모았다.

그날 사고는 눈 깜짝하는 순간 일어났다. 버스기사 김씨는 18일 오후 6시5분께 자신이 학교 앞 경사진 길가에 핸드브레이크를 채워뒀던 25인승 버스가 서서히 앞으로 미끄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학생들의 승차를 도우려고 밖에 서 있던 김씨는 곧바로 등으로 버스가 미끄러지는 것을 저지하면서, 한편으로는 학생들에게는 쉴새없이 대피할 것을 외쳤다.

버스 안에는 학생 7~8명이 이미 타고 있던 상황이었다. 조금씩 속도가 붙은 차량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김씨는 그만 버스 밑에 깔리고 말았다. 한주연(56) 교감은 “기사 분이 소리를 질러 미끄러지던 차 10여m 앞에서 걸어가던 학생 10여명이 몸을 피했고, 2명만 경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버스는 이 학교 담벽을 들이받고 멈췄지만, 중상을 입은 김씨는 18일 밤 병원에서 끝내 세상을 떴다.

김씨는 지난해 3월께 ㅊ관광에 버스기사로 입사했다. 사고 당일엔 이 학교에 학생 수송을 돕기 위해 임시로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ㅊ관광 장아무개(51) 상무는 “학생들을 안 다치게 하려다가 마음이 급하니까 버스부터 잡았던 것”이라며 “부모들 마음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광주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자동차 ‘핸드브레이크’를 채워놓은 상태였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차에 타자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7도 정도의 비탈길로 차가 밀려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말없이 성실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기억했다. ㅊ관광에서 임금으로 월 150만원을 받았다. 김씨의 주검은 20일 오전 11시 광주시 영락공원 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아내(48), 아들(24)과 회사 동료들은 홀로 가는 그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지켜봤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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