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풍경] “전라도말 항꾼에 자랑해볼랑가”

<전라도닷컴>은 2009년 겨울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독자초대 행사 때 전라도 말 알아맞히기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전라도닷컴> 제공

내달 예선 거쳐 10팀 자웅겨뤄
구수한 입담에 ‘질로 존 상’ 줘
“지역말 문화유산 확인 자리로”

전라도닷컴-광주민속박물관 사투리 대회

‘혼자 묵으문 맛나다요, 항꾼에(함께) 묵어야 맛나제.’

전라도 문화잡지 <전라도닷컴>과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이 남도 문화의 원형이 녹아 있는 전라도 말을 지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기관은 다음달 12일 오후 1시 광주시 북구 용봉동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제1회 아름다운 전라도 말 자랑대회’를 펼친다. 표준말에 밀려 차츰 위축되는 전라도 말의 멋과 맛, 흥을 되살리고, 그 안에 깃든 ‘항꾼에 살아야 좋제’라는 정신을 되새기는 마당이다. 해마다 시민 1만5000명이 운집하는 정월 대보름 행사에 지역 말을 활용한 친근한 볼거리를 만들어 흥행을 노린다.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은 “소중한 전라도 말을 지키고,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높이는 행사”라며 “잡지에 실린 전라도 고샅말에 애정을 보이는 이들이 뜻밖에 많은 데 착안해 판을 벌였다”고 전했다.

전라도 말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단체는 전국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 다음달 5일까지 신청을 받아 8일 원고를 심사하는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자 10여팀을 뽑는다. 사회는 입담이 정겹고 구수한 국악인 지정남씨가 맡고, 심사는 이기갑 목포대 교수, 윤여송 호남대 교수, 소설가 공선옥, 남인희 <전라도닷컴> 기자 등 4명이 참여한다.

본선에선 3분여 동안 개인 일화, 가족 생활, 마을 소개, 모임 자랑, 지역 민담, 구전 설화 따위를 전라도 말로 재미있게 들려주거나 구술대화, 노래, 시, 수필 등의 형식으로 자유롭게 전달하면 된다. 심사는 전라도 말 구사력, 현장 발표력, 작품 완성도, 청중 호응도 등 네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입상자한테 주는 상 이름에서도 전라도 운치가 묻어난다. ‘질로 존 상’(대상) 1명은 50만원, ‘영판 오진 상’(최우수상) 2명은 25만원씩, ‘어찌끄나 상’(아차상) 10명은 10만원씩을 상금으로 준다. 주인택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은 “미디어와 인터넷의 영향으로 문화의 다양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역말은 ‘촌스럽다’는 잘못된 인식을 깨고 독특한 정서가 깃든 문화유산임을 확인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내년엔 행사 규모를 키워 명실상부한 전라도 말 전승행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phone].

안관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