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시인
5·18 기념재단 새 이사장에 선출된 김준태 시인
“못된 세력에 의해 훼손되고 망가지지 않도록 ‘5월’과 ‘광주’를 지키겠습니다.”
5·18기념재단 새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준태(62·사진)씨는 25일 이렇게 각오를 밝혔다. 그는 1980년 당시 전남고 교사로 광주민중항쟁 직후 <전남매일> 1면에 발표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비롯해 5·18 소재의 시 500여편을 써내며 지역 민중의 정서를 다독여온 ‘5월 시인’이다.
공모자 3명 가운데 낙점을 받아 새달 중순 취임할 예정인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5월 단체 내부에 있는 분열의 기운을 막고, 다소 경직된 누리집을 전파력 강한 홍보수단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땅에 살아가면서 피해갈 수 없는 업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무거운 짐이라고 여기지 않고 헌신과 사랑으로 풀어가겠다. ”
최근 5·18 공법단체를 만들고 옛 전남도청 별관을 지키는 과정에서 분열이 일어난 만큼 그는 단체 간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데 정성을 쏟을 계획이다. 이어 몇해째 비슷한 형식을 유지했던 재단 누리집을 영어·일어·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단장하고, 내용도 다양하게 구성해 전달력을 높이기로 했다.
“원고 청탁을 받고 한 시간 만에 울분과 격정으로 써내려간 150행 가운데 80%가 검열에서 잘려 나간” 문제의 시, ‘아아 광주여~’로 인해 그해 6월 광주보안대로 끌려간 그는 20여일 동안 고초를 겪은 뒤 사표를 쓰고 풀려났다. 86년 복직했으나 언론계로 옮겨 <정사 5·18>을 집필했고, 98년부터 조선대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전남 해남 출신인 그는 69년 <시인>에서 등단한 뒤 30여권의 시집과 책을 냈다. 그의 등단작인 ‘참깨를 털면서’와 ‘콩알 하나’는 중1과 고2 교과서에 실려 애송되고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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