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근대건축물 100동 ‘족보’ 만든다
수피아홀·광주극장 등 실측 설계자료 관리키로
철거·화재때 복원에 이용…“남대문 화재서 교훈”
철거·화재때 복원에 이용…“남대문 화재서 교훈”
1932년 지어진 광주시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고 소강당(사진)이 최근 철거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학교 쪽이 교사 앞을 가린다는 이유로 철거를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근대 건축물로서 가치가 높다며 맞섰다. 학교 쪽은 마지못해 당분간 보존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이 건물은 문화재가 아니어서 철거 논의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 건물은 지상 1층 연면적 317㎡인 벽돌 건물로 애초 여학교 무용관으로 쓰이다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되면서 당시 광주의전의 교사로 활용되기도 했다.
수피아홀(1911년), 원각사(1914년), 광주극장(1938년) 등 광주 근대 건축물 100동의 ‘족보’가 만들어진다. 도시개발과 재난사고로 사라질 수 있는 역사적 건축물의 설계와 사진을 확보해 수리와 복원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광주시는 26일 도시 역사를 담고 있는 근대 건축물 100동의 보존을 위한 기록보존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시는 2015년까지 25억여원을 들여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건립된 교육·종교·집회·의료·주거 분야 건축물들의 설계도면과 실측자료를 찾아 기록물로 관리하기로 했다.
대상에는 살림집에 어우러진 연못과 정원이 원형대로 남아 구한말 건축양식이 드러나는 김용학 가옥(1900년대 초)을 비롯해 중앙초등 본관(1930년), 수창초등 본관(1931년), 북동성당 사제관(1935년), 고광표 가옥(1920년대) 등이 포함됐다.
시는 이 건축물들의 자료를 만든 뒤 보고서, 전자책, 디브이디 등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4월까지 추경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고, 6월 안에 사업자를 선정해 본격적인 조사를 맡길 예정이다.
시 건축행정계 최성용씨는 “국보 1호인 남대문 화재 이후 설계도를 구하지 못해 복원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없어진 뒤에 소중함을 깨달아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는 만큼 사라지기 전에 미리 기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2000년 도심철도가 폐선되면서 남광주역사(1934년)가 헐리고, 이후에도 도시개발 과정에서 조선식산은행, 한국은행, 진내과, 구동체육관 등 건축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데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광주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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