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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5·18 절반의 주역은 여성임을 기억해야”

등록 2011-01-27 20:01

정경운
정경운
광주 여성단체 제안으로 시작
상인·간호사 등 19명 증언 담아
‘구술로 엮은 광주 여성의 삶과 5·18’ 펴낸 정경운 전남대 교수

“김동심, 노영숙, 정순자…. 세상은 그들을 몰라도, 그들은 세상을 기억하고 있다.”

최근 <구술로 엮은 광주 여성의 삶과 5·18>을 펴낸 정경운(사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2년 작업을 마무리한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이 책에는 1980년 5·18 당시 여고생·주부·노동자·간호사 등 평범한 여성 19명이 체험한 장면들과 이 사건이 이들한테 끼친 영향이 오롯이 담겼다.

“여태껏 구속자·부상자 등 주역들의 경험담만 있었어요. 대부분 남성들이었죠. 당시 상황을 목격했던 시민의 절반은 여성이었던 만큼 당연히 여성의 눈으로 5·18을 바라보고 재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구술 채록은 2009년 봄 광주여성희망포럼·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오월여성제추진위원회 등 여성단체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특정한 집단의 경험에만 한정되지 않도록, 계층·나이·직업을 안배해 구술자를 10대부터 60대까지 26명으로 압축했다. 시장 상인·병원 간호사·부상자의 아내·수배자의 누나 등등 다양한 이들이 포함됐다. 구술자 이름의 가나다 순서로 내용을 수록하고, 채록할 때도 원래 말을 그대로 살려 편견이 끼어들 여지를 줄였다.

이런 작업을 통해 그는 당시 여성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더불어 구술자 대부분이 5·18 당사자들에게 ‘서운함’을 품고 있음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여성들은 계엄군한테 얻어맞는 학생들을 ‘내 자식 같고 이녁(내) 동생 같다’고 여겼죠. 이런 짠한(측은한) 감정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민군의 주먹밥을 만들고, 사망자의 주검을 수습하는 등 돌봄 활동에 나섰다고 증언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들이 ‘현재의 5·18’을 두고 보인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5·18을 축제로 치르는 것이 속상한다’라고 말하거나 ‘5·18을 이제 시민들한테 돌려줘야 한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 상황을 만든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구술을 망설이거나, 구술한 뒤에도 자식한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염려한 탓에 수록하지 못한 일부 여성의 사연도 소개했다. “어렵게 승락을 받아 구술을 들을 때도 말이 자주 끊겼어요. 표현하고 싶지 않거나, 차마 표현할 수 없다는 감정이 숨어 있는 거죠. 말없음표(…)가 많은 행간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5월의 과제들이 녹아 있어요.”

정 교수는 90년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의 <광주5월민중항쟁사료 전집> 발간에 참여하면서 5·18 연구와 인연을 맺어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원, 5·18기념재단 학술기획위원 등을 지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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