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판정뒤 가출…사흘만에 숨진 채 발견
“처자식과 소밖에 모르던 착한 사람 목숨 앗아가”
“처자식과 소밖에 모르던 착한 사람 목숨 앗아가”
기르던 소들의 구제역 양성 판정에 낙담한 농민이 가출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4일 낮 12시30분께 충북 충주시 가금면 한 야산에서 인근 한우농장을 운영하던 김아무개(61)씨가 독극물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경찰관이 발견했다. 김씨는 자신이 기르던 한우들이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자 지난 1일 오후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김씨의 주검 옆에 농약병이 놓여 있고 외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구제역 판정 소식을 듣고 바로 가출한 점 등으로 미뤄 구제역 판정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충주시 하늘나라 화장장에서 그의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가족과 친지들은 그가 소를 끔찍이도 아끼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30여년 전 경북 봉화에서 홀로 충주시 가금면으로 이사온 그는 한우목장의 목부로 일했다. 품삯을 모아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해서 최근까지 27마리로 늘릴 정도로 성실했고, 지난해 12월 충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에도 그는 밤잠을 설쳐가며 소를 지켰다.
지난 1일 오후 3시께 구제역 양성 판정 소식을 들은 뒤 그는 자식 같은 소를 부여잡고 30여분을 목놓아 울었다. 이후 손수 쇠죽을 끓여 27마리에게 골고루 나눠준 뒤 집을 나섰다. 정신지체장애(뇌성마비 2급)를 지닌 아내와 초등학생 늦둥이 아들, 그리고 매몰 처분을 앞둔 소들이 모두 김씨를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이장 김영강(57)씨는 “원수 같은 구제역이 처자식과 소밖에 모르던 착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갔다”며 “하늘이 정말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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