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웃장 스토리북 정류장>
3000원 자장면·두부장수 종·쌀되…
42명 상인들 털어놓은 애환 오롯이
42명 상인들 털어놓은 애환 오롯이
[사람과 풍경] 순천 웃장 사람들, 삶 담은 책 내
팔팔 끓는 가마솥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도 닭을 넣는 시점을 가늠한다. 전남 순천시 동외동 ‘웃장 통닭집’ 대표 조상일(65)씨는 “36년 동안 내가 튀긴 통닭 먹고 탈이 났다고 찾아오는 사람을 못 봤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다. 나무 주판과 나무 금고를 고집하는 시온상회(대표 양성훈) 진열대엔 여전히 성냥갑과 노란색 고무줄이 놓여 있다. 36년째 웃장에서 철물점을 운영해온 신광상회 조권일(60)씨는 “웃장의 좋은 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씩 나누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순천 웃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순천 웃장 스토리북 정류장>이 나왔다. ‘정류장’(情流場)은 정이 흐르는 시장의 줄임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중인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시범시장 14곳 중 한곳인 순천 웃장의 상인 42명이 구술한 삶과 애환을 기록한 책이다. 지난해 6~12월 진행됐던 문화체육관광부와 순천시의 ‘웃장 프로젝트’ 마지막 성과물이다.
웃장은 1900년대 나무를 사고팔기 시작하면서 장이 서기 시작했다. 1928년 8월 당시 중심가에 있던 시장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신설시장’으로 불렸다가 웃장으로 개명됐다. 순천시가 1975년 차관을 받아 60호의 가게 건물을 불하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한때 남부시장이 생기면서 북부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2008년 웃장이란 이름을 되찾았다.
100여년 전통의 웃장은 30개 가게 상인 80여명과 난전 상인들이 어우러지는 삶의 터전이다. 오일장(5·10일장)이 설 때면 난전 상인까지 가세해 웃장엔 흥정과 인정이 여전하다. 은혜각 신홍근(64)씨는 배달을 하지 않는 대신 자장면을 3000원에 팔고, 학생들에겐 아예 2000원만 받는다. 국밥집 17곳의 수육은 양이 많기로 유명하다. 박스 겉표지에 ‘단단하고 많이 감긴 화장지’라고 적은 노점상과 ‘쑤시고 저리고 아픈 뭉친 근육, 삔 데 ○○파스’를 파는 상인들이 고객을 기다린다.
시장엔 요즘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쌀되와 두부장수의 종, 뻥튀기 기계 등을 전시한 박물관도 생겼다. 국밥집과 시계점, 건강원, 옷집, 떡집 주인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난생처음 명함을 손에 쥐었다. 모세환(36) 프로젝트 매니저는 “시설이나 건물의 변화보다 상인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시장을 찾게 만드는 힘”이라며 “넉넉하고 따뜻한 상인들의 삶과 애환을 스토리북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순천 웃장 스토리북 정류장>엔 100년이 넘은 순천 웃장의 역사와 시장 상인들의 삶이 담겨 있다. ‘남도를 이야기하는 사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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