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박스 골목 점령…문화재 경관 훼손
“미화원 휴게실, 주택 임차해 옮기고 철거를”
“미화원 휴게실, 주택 임차해 옮기고 철거를”
서울 종로구가 독립유적지인 탑골공원(사적 제354호) 옆에 흉물스러운 컨테이너 박스(사진)를 몇십년 동안 거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놓인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 때문에 시민들이 다니는 데 불편을 겪고 있고, 사적 경관도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탑골공원과 공원 동쪽 종로지구대 사잇길로 들어서니, 잿빛 컨테이너 박스 두 동이 좁은 골목길을 차지하고 있었다. 컨테이너 박스 주변으로는 손수레와 빗자루, 쓰레받기 등 청소도구들이 놓여 있었고, 쓰레기가 쌓여 있는 손수레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이 컨테이너 박스는 각각 가로 8m, 세로 7m, 높이 3m와 가로 6m, 세로 4m, 높이 3m 규모였다.
이곳에서 만난 권용수(66)씨는 “좁은 골목길에 이렇게 큰 컨테이너 박스가 몇십년 동안 놓여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노인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어 상당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 박스는 종로구청이 30여년 전 설치한 것으로, 환경미화원들의 휴게공간과 청소도구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박영식 종로구 폐기물관리팀장은 “새벽에 일터로 나오는 미화원들이 옷을 갈아입고 쉴 공간이 필요하다”며 “미화원 휴게실은 주민기피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일대는 사적인 탑골공원 주변으로, 시민단체들은 탑골공원의 경관을 훼손하는 컨테이너 박스를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문화재 주변 경관을 체계적으로 보호·관리해야 할 구청이 오히려 사적 경관을 해치는 시설물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택을 임차해 미화원 휴게실을 만든 강동구처럼 미화원들을 위해서라도 정식 건축물에 휴게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공원으로 손꼽히는 탑골공원은 1919년 3·1 운동 때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독립운동의 성지로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팔각정(서울시 유형문화재 73호)과 국보 2호인 원각사지10층석탑, 보물 3호인 원각사비 등 수많은 중요 문화재가 모여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