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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300년 굴곡의 역사 뒤로하고…북한산성의 재탄생

등록 2011-02-13 18:27

1711년 숙종이 왜침대비 건립
일제 강점기때 훼손된뒤 방치

서울시, 90년부터 단계적 복원
서쪽성곽 공사 2020년 마무리
북한산성이 축조된 지 올해로 300년이다. 모진 세월을 지나면서 무너지고 깨진 300살 옛 성벽은 북한산 등줄기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북한산성이 축조된 지 올해로 300년이다. 모진 세월을 지나면서 무너지고 깨진 300살 옛 성벽은 북한산 등줄기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북한산은 거대한 성채다. 거대한 바위군이 천연의 성벽을 이루고, 그 끊어진 곳을 따라 사람이 쌓아올린 산성이 들어서 있다. 산성은 산의 낮은 곳과 높은 곳을 오르내리며 산세를 따라 출렁이며 이어지는데, 산 등줄기에 단단하게 박힌 돌 구조물은 잿빛 도시를 발아래 두고 옛 왕도의 궤적을 그린다.

북한산성은 숙종 37년(1711년)에 세워졌다. 정확히 300년 전의 일이다. 조정은 그해 4월3일 공사를 시작해 10월19일 마무리했다. 조선 중기 이후 국정 최고의결기관인 비변사에서 기록한 <비변사등록>을 보면, 북한산성은 전장(길이) 7620보에, 여장(화살·총알을 막으려고 성 위에 낮게 쌓은 담) 2807개, 성문 12개, 수문 1개를 갖춘 거대한 성으로 조성됐다. 왕이 임시로 거처할 수 있는 120여칸 규모의 행궁과 부속 건물도 갖췄다. 공사는 조선시대 3군영인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에서 맡았다. 3군영 소속 군사를 비롯해 백성들과 승군 등이 동원됐다.

북한산성 축성 논의의 기원은 선조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임진왜란이 끝날 무렵인 선조 29년(1596년)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왜의 재침을 우려한 조정에서는 북한산에 성을 쌓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서울의 북쪽보다는 왜의 예상 침투로인 남쪽에 남한산성을 쌓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검토에 그쳤다. 40년이 흘러 병자호란이 일어난 뒤에도 청에 인질로 끌려간 적 있는 효종에 의해 북한산성 축성이 논의됐지만, 효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숙종 때 북한산성이 축조된 것은 남한산성이나 강화도와 달리 전쟁이나 난이 일었을 때 이곳이 신속한 피란처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궁과 거리도 가까운데다 강과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닿을 수 있어, 도성 백성들과 함께 지구항전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거친 뒤 축조된 이 산성은 실전에 사용된 적은 없다. 결과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었다.

북한산성은 고종 말기까지 그 형태와 군사시설 기능이 유지돼왔으나,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급격히 몰락했다. 승군 제도가 폐지되고 군대가 해산되면서 북한산성은 방치됐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의병들이 이곳을 기지로 이용하면서 일제에 의해 파괴되기 시작했다. 산성 시설물은 깨어지고 무너지면서 잡목과 풀섶 속에 묻혔고, 이후 100년 넘게 허물어진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북한산성이 복원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부터다. 서울시는 북한산성 전체 12.7㎞ 가운데 서울지역 5.5㎞ 구간에 대한 복원공사를 단계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1단계로 1994년까지 종로구에 있는 대남문과 대성문, 대동문 등의 성문과 450m를 보수했고, 1995~2002년 2단계로 용암문과 청수동 암문 등 2015m를 복원했다.

3단계로 2003년부터 동장대와 용암봉에 있는 성곽 1295m를 복원하고 있다. 이어 2020년까지 종로구 대남문에서 은평구 대서문까지 이르는 성곽 서쪽 부분 1688m 구간의 복원공사를 할 계획이다. 경기도 고양시도 1915년 폭우로 무너져내린 행궁을 복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버려진 폐허에서 300살 옛 성벽은 그렇게 다시 태어나고 있고, 주말마다 수만명이 그 성벽을 따라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온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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