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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4·3이 앗아간 기억 더듬기 ‘찰칵’

등록 2011-02-17 18:05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시 봉개동 4·3기념관에서 ‘잃어버린 마을’ 사진전을 열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시 봉개동 4·3기념관에서 ‘잃어버린 마을’ 사진전을 열고 있다.
토벌작전 등에 파괴된 마을
남은 흔적 카메라에 오롯이
“공동체 원형 되살리고 싶어”
[사람과 풍경] 제주 4·3평화재단 ‘잃어버린 마을’ 사진전

아이들은 마을 한복판에 있는 늙은 팽나무 아래서 재잘거리며 놀았다. 밤이 되면 마을의 남녀노소가 마을 공회당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웃음꽃을 피웠다. 60여년 전 서귀포시 영남마을의 모습은 그랬다.

하지만 제주4·3사건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말았다. 1948년 11월 토벌대에 의해 주민 90명 가운데 50명이 학살됐다. 운좋게 살아남아 고향을 등진 아이들은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영남마을에 남아 있는 말방아와 대나무숲, 올레, 돗통시(돼지우리), 우물 등이 당시 마을 모습을 떠오르게 할 뿐, 영남마을은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린 마을’로 변했다.

그러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뛰어난 경관 때문에 최근 5~6년 사이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였다. 짓다 만 펜션만 남긴 채 역사의 흔적들은 훼손되고 말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시 봉개동 4·3기념관에서 열고 있는 ‘잃어버린 마을’ 사진전은 제주4·3사건 당시 사라진 마을들의 현재 모습을 담고 있다.

제주4·3사건 당시 토벌대의 작전으로 없어진 자연마을은 120여곳에 이른다. 이들 마을은 초토화 작전 시기인 194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 소개되거나 불에 탄 뒤 복구되지 않았다.


제주4·3평화재단이 사진작가 곽상필씨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은 제주공동체의 원형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이번 사진전에 등장한 마을은 모두 50곳이다. 이들 마을 가운데 상당수는 개간되거나 감귤원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도로 개설 등으로 사라졌다.

제주시 회천리 드르생이마을 사진에서는 올레와 집터, 대나무숲이, 오등리 죽성마을의 사진에는 우물 터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130여가구가 살던 서귀포시 안덕면 무동이왓마을도 당시 마을의 모습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집터와 올레길, 대나무숲, 깨진 항아리 조각 등이 생생하다.

제주시 오라리 어우늘과 봉개리 도고내가름, 아라리 웃인다라, 와흘리 궷드르 등은 개발 바람에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됐다. 장정언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잃어버린 마을’은 우리 스스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광폭한 시대에 빼앗긴 것이고, 그것을 되찾는 일이 제주공동체의 원형을 되살리는 일”이라며 “그런 마음을 모아서 이번 사진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사전전은 애초 3월 말까지 열기로 했으나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4월 말까지로 한달 연장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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