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쪽 “경위 파악중”
지난 27일 오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정아무개(20)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중이염을 앓는 정씨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훈련소 쪽에서 묵살해 벌어진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육군훈련소와 정씨 유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4일 입대한 정씨는 사격훈련 뒤 오른쪽 귀에 통증을 호소해, 국군대전병원과 훈련소 안 의무실 등에서 모두 10차례 진료를 받은 뒤 항생제·해열제 등을 처방받았다. 정씨는 치료약을 거의 먹지 않은 채 자신의 관물대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숨지기 전 “고통스럽다. 식물인간이 되면 안락사를 시켜주고 화장을 해달라”는 글을 남긴 뒤 생활관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일 어머니 앞으로 써둔 편지에는 ‘훈련소에서는 항생제를 주고 의무실에만 있으라고 한다… 중이염에 걸려서 너무 속이 상하고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훈련 잘 받을 수 있는데 귀 때문에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삼촌이라고 자신을 밝힌 유족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카가 입대 전에는 건강했고 중이염도 없었다”며 “중대장 등에게 여러 차례 울며 고통을 호소하는 조카를 훈련소에서는 ‘꾀병’ 취급하며 인격을 모독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 군에서는 가족에게 단 한차례도 이런 사정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외관상 자살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군의 책임이 큰 ‘타살’ 아니냐”고 지적했다.
훈련소 쪽은 “정씨에 대해 외래진료를 받게 하는 등 절차대로 대응했다”며 “현재 육군수사단에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고, 결과가 나와봐야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국군대전병원에 안치된 주검의 부검 여부 등을 유족들과 협의해 처리하기로 했다.
육군훈련소에서는 지난 2005년 1월 한 중대장이 훈련병 192명에게 화장실 인분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도록 강요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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