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지 숨길 속셈 봉투 훼손”
편지 원본 ‘24장’으로 정정
편지 원본 ‘24장’으로 정정
연예인 ‘성상납 강요’ 주장과 관련된 경찰 수사가 또다시 미궁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장자연씨에게 받은 편지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온 전아무개(31)씨한테서 압수한 편지봉투에서 조작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0일 “(교도소 수감중인) 전씨한테서 압수한 물품 가운데 장씨가 전씨에게 보냈다고 주장한 편지봉투 3개의 우체국 소인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며 “어디서 편지를 보냈는지 숨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체국 소인에는 발신지역을 알 수 있는 일련번호 등이 적혀 있는데, 전씨가 이를 일부러 오려 내는 등 훼손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편지봉투에서 소인이 찍힌 자리를 가로 4㎝, 세로 1㎝가량 오려 낸 뒤 다시 봉투를 복사해 이를 장씨에게 성상납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전 소속사 대표 김아무개(41)씨의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2003년 11월부터 올해 3월7일까지 전씨가 주고받은 편지는 모두 2439건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장자연씨 또는 장씨의 필명인 ‘설화’로 된 편지는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압수품에는 70여장의 신문스크랩이 있었는데, 대부분 장씨 사건 관련 기사가 형광펜으로 줄이 쳐져 있었다. 신문스크랩을 보면, 오린 신문을 에이(A)4 용지 왼쪽에 붙이고 오른쪽에는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등 전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씨체가 적혀 있다.
경찰은 “2006년 전씨와 수감생활을 같이했다는 한 인물을 조사했는데 ‘수감중에 전씨가 장씨에 대해 얘기한 적은 없지만 출소하고 나서 장자연에게 받은 편지라면서 보내준 편지가 있었는데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도소의 편지 수·발신 대장은 수감자 인권을 감안해 2007년 12월부터 내용 검열을 하지 못하도록 바뀌었을 뿐 수·발신 내역이 기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전씨 수용실에서 압수한 물품은 원본 편지 24장과 사본 1000장, 편지봉투 20여장, 신문스크랩 70여장, 복사비 납부영수증 70여장, 수용자 기록부, 접견표 등 29개 항목 1200점”이라며 “압수물품이 많은 것은 내용이 없는 A4 용지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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