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션(맨 왼쪽)과 팝페라 가수 이사벨(뒤편 붉은 옷)이 18일 오전 구세군의 일본 지진 이재민 돕기 자선냄비가 설치된 서울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모금활동을 하는 동안 시민들이 성금을 넣고 있다. 1928년 구세군이 한국에 들어온 뒤 3월에 자선냄비가 등장한 것은 처음으로, 이 모금은 19일까지 진행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전지역 방재대책 허술
영광주민 “교육 받아도 전문용어 이해안돼”
이동수단 등 구체적 행동방안 전혀 몰라
자치단체와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영광주민 “교육 받아도 전문용어 이해안돼”
이동수단 등 구체적 행동방안 전혀 몰라
자치단체와 정부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사이렌 울리면 밖으로 뛰어나가 대피하라는 뜻이겠지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 6기를 가동중인 전남 영광군의 군청 원전지원계 관계자는 18일 ‘영광원전 방사능 비상경보 취명 훈련’이라는 말의 뜻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영광군은 원전이 있는 자치단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2004년부터 한 해 두 차례씩 취명 훈련을 하고 있다.
‘취명’(吹鳴)이란 ‘사이렌 따위를 불어 울림’이라는 뜻이다. 방사선 누출 등의 상황 때 ‘적색 비상’을 발령하면 주민 대피령도 동시에 내린다. 영광원전 반경 10㎞까지인 ‘비상계획구역’ 안 주민 1만6천여명은 4개 경보시설에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대피소 25곳으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이 구역 안 주민들은 방독면도 1개씩 받았다.
“엊그제도 무슨 교육인가를 받았어요. 뻔한 이야기라, 아무래도 잠만 오제….”
영광원전에서 1㎞가량 떨어진 홍농읍 계마리 임순택(63) 이장은 지난 15일 ‘취명 훈련’에 참가했다. 비상계획구역 안 3개 읍·면 67개 마을 이장들이 참가했다. 임씨는 “전문용어로 하면 누가 귀담아듣겄소?”라며 “길게 할 것이 아니라 30분을 하더라도 피부에 와닿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임시대피소는 경로당으로, 대피소는 옛 영광실업고로 지정돼 있다는데, 차량 이동 수단 등 구체적인 행동 방안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해병대 출신이어도 방독면 착용법을 잊어버려 모른다”며 “방독면 착용법 교육 한 번 받지 않은 시골 노인들에게 방독면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 허술한 주민 대피 대책 원전이 들어서 있는 지역에서마저 비상상황 때의 주민 대피 대책은 허술하다.
2004년 제정된 ‘원자력 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4년에 한 차례 이상씩 발전소 쪽과 자치단체 합동으로 주민 대피 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정부도 5년에 한 차례씩 주민들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하고 있고, 발전소당 1년에 세 차례씩 자체 방재 훈련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영광방사능방재센터의 김재관 방재관은 “적색 비상 때는 센터의 지휘로 발전소와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이 협조해 비상대책을 가동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기장군(고리원전 1~4호기), 울산 울주군(신고리 1호기), 경북 경주시(월성 1~4호기), 경북 울진군(울진 1~6호기) 등은 1년에 한 차례도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한 자체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4년에 한 차례 발전소 쪽과 합동훈련을 하는 게 고작이다. 부산 기장군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불시에 주민 대피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용 하나로원자로를 가동중인 대전 대덕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최근 누리집(kins.re.kr)에 ‘방사선 비상시 주민행동요령’을 올렸지만, 대피소 위치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자치단체 업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 누리집(daejeon.go.kr)에서도 대피소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담당 직원은 매뉴얼을 찾아본 뒤에야 인근 4개 학교가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 정부-자치단체, 책임 떠넘기기 원전이 가동중인 지역의 허술한 주민 대피 대책을 두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주민 안전교육 등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수 영광군 원전지원 담당은 “취명 훈련 예산에 국비는 한 푼도 없고, 군비만 300만원가량”이라며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훈련은 없고 이론 중심의 교육이 돼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 쪽은 “자치단체의 방재 불감증이 문제”라고 자치단체 쪽을 탓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전 지역 자치단체에 해마다 수백억원이 지원된다”며 “자치단체가 의지만 있으면 발전소 자체 훈련 때 주민들을 포함시켜 대피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해온 김성근(51) 원불교 교무는 “비상시 매뉴얼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피소의 비상식량이나 급수 문제, 화장실 여건 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근거해 구성된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의 박응섭 소장은 “매뉴얼이 있어도 익혀두지 않으면 비상시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다”며 “전국의 원전 주변 5개 지역 감시센터 및 정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참여하는 원전 방재체계 합동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대전 대구 부산/정대하 송인걸 박주희 김광수 기자 daeha@hani.co.kr
하지만 부산 기장군(고리원전 1~4호기), 울산 울주군(신고리 1호기), 경북 경주시(월성 1~4호기), 경북 울진군(울진 1~6호기) 등은 1년에 한 차례도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한 자체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4년에 한 차례 발전소 쪽과 합동훈련을 하는 게 고작이다. 부산 기장군 재난관리과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불시에 주민 대피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용 하나로원자로를 가동중인 대전 대덕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최근 누리집(kins.re.kr)에 ‘방사선 비상시 주민행동요령’을 올렸지만, 대피소 위치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자치단체 업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 누리집(daejeon.go.kr)에서도 대피소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담당 직원은 매뉴얼을 찾아본 뒤에야 인근 4개 학교가 지정돼 있다고 말했다. ■ 정부-자치단체, 책임 떠넘기기 원전이 가동중인 지역의 허술한 주민 대피 대책을 두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정부 차원에서 주민 안전교육 등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연수 영광군 원전지원 담당은 “취명 훈련 예산에 국비는 한 푼도 없고, 군비만 300만원가량”이라며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훈련은 없고 이론 중심의 교육이 돼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 쪽은 “자치단체의 방재 불감증이 문제”라고 자치단체 쪽을 탓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전 지역 자치단체에 해마다 수백억원이 지원된다”며 “자치단체가 의지만 있으면 발전소 자체 훈련 때 주민들을 포함시켜 대피 훈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해온 김성근(51) 원불교 교무는 “비상시 매뉴얼을 주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피소의 비상식량이나 급수 문제, 화장실 여건 등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근거해 구성된 ‘영광원전 환경안전감시센터’의 박응섭 소장은 “매뉴얼이 있어도 익혀두지 않으면 비상시에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다”며 “전국의 원전 주변 5개 지역 감시센터 및 정부와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참여하는 원전 방재체계 합동대책기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대전 대구 부산/정대하 송인걸 박주희 김광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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