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광역시의원
후쿠시마발 핵공포가 전세계를 떨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도 불안하다.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태도다.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 확산이 2천㎞였고 후쿠시마에서 서울은 불과 1420㎞에 불과한데도, 기상청은 바람의 방향만을 강조하고 관련 기관들은 핵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동안 방사성 물질은 한반도 전역으로 이동해 왔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대전시민들의 불안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하나로 원자로 때문이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하나로는 2004년 중수 50리터가 누출되는 등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그때마다 원자력연구원은 “별문제가 아니다. 시민에게 피해가 없다. 전문가들을 믿어라”라는 말만 반복하더니 급기야 지난 2월20일 오후 1시8분께 원자로 수조에서 방사선을 뿜는 알루미늄통이 솟아올라 방사선량이 기준치보다 100배 이상 높아져 백색비상이 발령되는 사고를 쳤다. 원자력연구원은 사고 발생 1시간30분이나 경과한 뒤 백색비상을 발령해 ‘방사능 방재 매뉴얼’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국제원자력기구가 먼저 알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원자력연구원의 해명은 오히려 사고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과 은폐 의혹마저 불렀다.
상황이 이런데 대전시는 지난 17일 ‘하나로 원자로 안전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는 원자력연구원과 사전 소통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언론보도를 짜깁기한 것이라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자 하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전시는 시민의 불안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으나 하나로의 안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권한도 없다.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 재가동 때 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대전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가 요구해온 ‘하나로 및 방사성 폐기물’ 정보 공유 등도 묵살해 왔다.
핵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는 신뢰의 강요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공감과 대응 시스템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여기서 필수적인 것은 정보의 공개와 일상적 소통이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우리 사회에 핵 신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안전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로도 마찬가지다. 불과 1.1㎞ 안에 시민 수만명이 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지역사회의 합의와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800m로 되어 있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확대도 공론화해야 한다. 또 원자력연구원 등이 보관하고 있는 약 2만 드럼의 중·저준위폐기물에 대한 일상적 감시와 생활권으로부터 격리 보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생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박정현 대전광역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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