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아름다운가게 5곳은 1~5일 헌책을 기증하면 묘목 1000그루를 돌려주는 ‘책 나눔, 나무 껴안기’를 펼친다.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제공
묵혀둔 책 기증선물 묘목 1000그루 준비
종이 아끼고 나무 심고 ‘일석이조’ 기쁨
종이 아끼고 나무 심고 ‘일석이조’ 기쁨
광주 아름다운가게 ‘묘목나눔 행사’
“헌책을 가져오면 나눠드릴 묘목 1000그루를 준비했어요.”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광주시 북구 용봉동 헌책방의 매니저 신예정(사진 맨 앞쪽)씨. 1년 365일 팔 만한 헌책을 모으느라 온갖 지혜를 짜낸다. 이번엔 식목일을 앞두고 싱싱한 미끼상품(?)을 준비했다. 헌책의 본래 모습은 눈부신 나무였다는 착상을 행사로 연결시켰다.
아름다운가게와 광주생명의숲은 1~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광주시내 아름다운가게 첨단·쌍촌·봉선·용봉·광주역점 등지에서 ‘책 나눔, 나무 껴안기’를 펼친다. 시민들이 헌책을 가져오면 편백, 소나무, 잣나무, 벚나무 등의 묘목으로 바꾸어 준다. 한때 푸른 나무였던 책들의 수명을 늘려주고, 미래의 초록숲을 더불어 가꾸자는 뜻으로 준비를 마쳤다.
신씨는 지난 한달 동안 나무를 기증할 만한 기관에 전화를 걸고, 나무 심을 공간이 있는 단체를 찾느라 바쁘게 오갔다. 헌책방 인근 초·중등 학교 7곳에는 공문을 보내 참여를 요청했다. 학생들이 자원 재순환과 나무 사랑을 배울 수 있어 교육효과가 만점이라고 설득했다. 부지런을 떤 덕분에 세종고, 희망어린이집, 바람개비도서관, 동화나라어린이집 등이 기꺼이 참여했다. 31일 밤에는 산림당국에서 기증받은 3년생 묘목 1000그루도 매장에 도착했다.
“새봄을 헌책을 돌려보고, 새 숲을 만드는 나들이로 시작해 보세요. 어린 나무들이 잘 자라면 심은 아이들의 꿈도 그만큼 자라지 않을까요.”
모든 채비를 마친 신씨의 초대말이다. 신씨는 나무의 주인이 찾아오면 나무마다 지름 6㎝ 안팎의 동그란 표지를 달아주기로 했다. 수종·날짜·이름을 적어두고 자발적인 기증의 기쁨과 생명을 가꾸는 즐거움을 오래 누리도록 하려는 배려다.
아름다운가게는 시민 한 사람이 평생 복사지와 종이컵 따위로 소모하는 나무가 240여 그루라고 추산했다. 이는 80년 동안 해마다 3그루를 심어야 하는 분량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나무를 심기 어려우니 종이를 아끼자는 대안을 내놨다. 이렇게 제안된 아이디어가 책장 속에만 묵혀두었던 책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나무 껴안기다. 2000년 이후에 나온 책들을 환영한다. (062)514-8975.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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