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3일 63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가 열린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희생자 표석에 참배하고 있다.
제주공항 터 발굴 주검 69구 신원확인…유족들 “그때 악몽 아직도…”
유해찾은 4·3 유족의 기억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것은 사치였다. ‘폭력’과 ‘광기’만이 있었다. 적어도 제주 4·3 때는 그랬다. 6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재회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산 자들의 재회가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의 재회였다.
1949년 9월 갓난 딸을 업고 다섯살 아들의 손을 잡은 박두선(88·제주시 오라동)씨는 제주경찰서 마당에서 수감자들 속에 섞여 있는 시동생 이영종(당시 23살)씨를 봤다. 시동생은 박씨를 보자 엉거주춤 일어나 손을 들어 눈길을 마주치고는 곧바로 앉았다. 그리고 10월2일. 수감자들을 태운 17대의 트럭이 비행장으로 가는 모습을 울면서 지켜봤다.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 지 62년 만인 지난달 초 박씨는 시동생의 유해를 찾았다. 3일 만난 그는 “살아온 말 곧젠하면(얘기하려면) 끝이 없다”며 말을 이었다. “혹시나 해서 떡을 만들어 유치장에 있는 시동생에게 주면서 떡 속에 몽당연필을 집어넣었어요. 그러자 시동생이 건네준 속옷 고무줄에 ‘형수님. 배고파 죽겠으니 도시락 보내주세요’라고 씌어 있었어요.”
그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그는 1953년 일본으로 도피해 살다가 2005년 4월 고향에 돌아와 정착했다. 남편 이창종(88)씨는 그보다 앞서 49년 일본으로 도피했다.
남편 이씨는 48년 12월 집에 있다가 “도망치려고 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발을 묶어 되야지(돼지)처럼 돌아맹으네(매달아) 등땡이 꽝(등뼈)을 두들기다가 죽을 지경에 이르니까 내려놨어요.” 그렇게 닷새를 살고 나와 살아남으려고 일본으로 ‘밀항’했다. 이씨는 척추뼈가 튀어나왔고, 지금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끌려간 시동생 뒷모습이 마지막
그뒤론 공항쪽 가는 버스도 못타 박씨는 일본에 살면서 여러 차례 고향을 다녀갔지만, 남편은 경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지 않았다. “공항 쪽으로 가는 버스 말고 돌아서 가는 버스를 타요. 공항버스를 타면 자꾸 그쪽으로 봐지니까….” 박씨의 말이다.
농사짓다 연행돼 구타·고문…
동생 유해 확인 꿈인지 생시인지 48년 4월6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에서 농사를 짓던 강조행(89)씨는 인근 고성리 주민들과 함께 경찰에 끌려갔다. 자신이 연행된 까닭조차 몰랐던 강씨는 지서 습격 이유를 캐묻는 경찰에 “모르겠다”고만 되풀이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구타와 고문이었다. “매일 경찰봉으로 때리고 모난 각목 위에 꿇어앉혀 놓고 밟으면 고통이 어떻겠습니까? 전기 고문도 합니다. 전기선을 손가락에 끼우는 것까지만 알고, 그다음은 (기절해서) 모릅니다. 검사국으로 넘겨진 뒤에도 밥을 받으려고 유치장 구멍으로 손을 내밀면 한 번에 10대씩 하루 30대를 경찰봉으로 때려요.” 제주에서 6개월을 고문을 받으며 살고, 광주 감옥으로 옮겨져 3개월을 더 고생하고 나서 48년 12월25일 무죄로 석방됐다. 남동생(당시 20살)은 군경의 마을소개작전으로 집에 불이 붙자 산으로 피신했다가 잡혀 제주비행장에서 죽었고, 여동생(당시 18살)은 그 오빠에게 양말을 짜줬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갖은 고문 끝에 희생됐다. 강씨는 “지금도 그때 당했던 일들이 꿈에 나타난다”며 “62년 만에 남동생의 유해가 확인되니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11살 때 4·3을 겪은 양상준(73·제주시 노형동)씨는 둘째형 내외와 조카딸, 작은형, 큰아버지, 사촌형 등 6명을 잃었다. 그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만큼도 여기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삭이지 못한 분노를 드러냈다. 둘째형과 작은형은 산으로 피신을 갔다가 “귀순하면 살려준다”는 말을 듣고 내려왔지만, 둘째형은 제주비행장 수용소로, 작은형은 어리다는 이유로 인천형무소로 이송돼 그곳에서 죽었다.
둘째형과 장인, 비행장서 희생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했어 양씨는 “둘째형의 유해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장인도 비행장에서 희생됐다. 제주도는 제주4·3연구소에 맡겨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3 당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249명과 1950년 8월 예비검속된 주민들이 집단학살된 제주공항 터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여 396구를 발굴했고,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69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제주4·3유족회는 394구를 지난달 26일 장례 절차를 거쳐 제주4·3평화공원 내 봉안관에 안치하고, 2구는 유족들에게 넘겼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유해발굴 작업이 중단됐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박두선씨
그뒤론 공항쪽 가는 버스도 못타 박씨는 일본에 살면서 여러 차례 고향을 다녀갔지만, 남편은 경찰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지 않았다. “공항 쪽으로 가는 버스 말고 돌아서 가는 버스를 타요. 공항버스를 타면 자꾸 그쪽으로 봐지니까….” 박씨의 말이다.
강조행씨
동생 유해 확인 꿈인지 생시인지 48년 4월6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에서 농사를 짓던 강조행(89)씨는 인근 고성리 주민들과 함께 경찰에 끌려갔다. 자신이 연행된 까닭조차 몰랐던 강씨는 지서 습격 이유를 캐묻는 경찰에 “모르겠다”고만 되풀이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구타와 고문이었다. “매일 경찰봉으로 때리고 모난 각목 위에 꿇어앉혀 놓고 밟으면 고통이 어떻겠습니까? 전기 고문도 합니다. 전기선을 손가락에 끼우는 것까지만 알고, 그다음은 (기절해서) 모릅니다. 검사국으로 넘겨진 뒤에도 밥을 받으려고 유치장 구멍으로 손을 내밀면 한 번에 10대씩 하루 30대를 경찰봉으로 때려요.” 제주에서 6개월을 고문을 받으며 살고, 광주 감옥으로 옮겨져 3개월을 더 고생하고 나서 48년 12월25일 무죄로 석방됐다. 남동생(당시 20살)은 군경의 마을소개작전으로 집에 불이 붙자 산으로 피신했다가 잡혀 제주비행장에서 죽었고, 여동생(당시 18살)은 그 오빠에게 양말을 짜줬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갖은 고문 끝에 희생됐다. 강씨는 “지금도 그때 당했던 일들이 꿈에 나타난다”며 “62년 만에 남동생의 유해가 확인되니 정말 꿈인가 생시인가 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11살 때 4·3을 겪은 양상준(73·제주시 노형동)씨는 둘째형 내외와 조카딸, 작은형, 큰아버지, 사촌형 등 6명을 잃었다. 그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만큼도 여기지 않았던 시절”이라며 삭이지 못한 분노를 드러냈다. 둘째형과 작은형은 산으로 피신을 갔다가 “귀순하면 살려준다”는 말을 듣고 내려왔지만, 둘째형은 제주비행장 수용소로, 작은형은 어리다는 이유로 인천형무소로 이송돼 그곳에서 죽었다.
양상준씨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했어 양씨는 “둘째형의 유해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장인도 비행장에서 희생됐다. 제주도는 제주4·3연구소에 맡겨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3 당시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249명과 1950년 8월 예비검속된 주민들이 집단학살된 제주공항 터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여 396구를 발굴했고,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69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제주4·3유족회는 394구를 지난달 26일 장례 절차를 거쳐 제주4·3평화공원 내 봉안관에 안치하고, 2구는 유족들에게 넘겼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유해발굴 작업이 중단됐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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