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구 증가 추이
2008년 금융위기뒤 귀농 급증
베이비부머 은퇴 등이 주요인
40·50대가 전체의 66% 차지
베이비부머 은퇴 등이 주요인
40·50대가 전체의 66% 차지
축산농 송영갑(63)씨는 6년 전엔 서울에서 세차장을 운영했다. 자녀들 뒷바라지가 끝나자 처가가 있는 전남 강진군 군동면 장산리에 터를 잡았다. 오리 2만5000마리를 키워 한해 1억여원의 수익을 올린다. 서울에선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이곳에선 6시간쯤으로 줄었다. 송씨는 “힘은 들어도 부부가 함께 일하고 정년도 없으니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초보’ 농민 임창곤(28)씨는 지난 1월 전혀 연고가 없는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석리로 옮겼다. 밭 1300㎡를 빌려 콩·고추·깨 등 쉬운 작물부터 심었다. 82㎡짜리 살림집은 외지에 사는 사람의 조상묘를 돌보는 대가로 거저 입주했다. 임씨는 “주변에서 결혼이나 벌이가 신통치 않을까 걱정했다. 도시에 살아도 마찬가지이니 농촌에서 삶의 대안을 만들어보겠다”며 웃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인구가 해마다 1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는 2001년 880가구에서 2008년 2218가구로 늘다가, 2009년 4080가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4067가구, 9732명에 이르렀다고 농림수산식품부가 15일 밝혔다. 경북지역이 가장 많아 1112가구였고, 전남 768가구, 전북 611가구, 경남 535가구 차례였다. 50대와 40대가 각각 35.8%와 30.2%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논밭 농사를 짓는 이들이 47.1%로 가장 많았고 과수(17.8%), 시설원예(10.9%), 축산(7.7%) 순서로 나타났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증한 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귀농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특히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고용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귀농에 관심이 커지면서 전국귀농운동본부와 농촌진흥청 등이 개설한 귀농학교가 인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강생이 부쩍 늘었다. 광주·전남귀농학교는 2~3년 새 정원을 30명에서 70명으로 늘렸는데도 이번 봄 강좌엔 대기자가 10여명이나 됐다. 농촌진흥청이 개설한 수도권 귀농대학은 지난해 100명이 수강했고, 올해엔 40~60대 회사원·교수·교사·조리사 등 63명이 등록했다. 인구가 줄어 고민인 농촌지역 시·군은 귀농자한테 1~2년 동안 농가주택 개축비 500만원, ‘농민 인턴’ 반년치 근무수당 720만원, 시설 설치비 2000만원 등 3000만원 안팎을 보조한다.
유진 광주·전남귀농학교 간사는 “자금 계획, 작목 선택 및 경작 계획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되돌아가기 십상”이라며 “귀농 교육에 참여해 경험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주 청주/안관옥 오윤주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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