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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주 파도·웃음 머금은 ‘우리 먹글’ 예찬

등록 2011-04-21 20:46

 현병찬씨
현병찬씨
44년간 학교서 서예 교실
‘미소체’는 컴퓨터 글꼴로
“한문과 달리 여성적 매력
제주노동요 등 구현할 것”
[사람과 풍경] 한글 서예 반세기 현병찬씨

30여년 전 어느 날, 좋은 글을 보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는 말이 불현 듯 생각났다. 그길로 그는 바다를 보러 갔다. 파도는 산더미처럼 바위를 덮치기도 하고, 잔잔하게 살랑대기도 했다. 그에게 파도는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 글씨도 저렇게 파도처럼 꿈틀거리게 쓰면 살아 있는 글이 될 것이 아닌가. 저 파도를 한글 서체에 옮겨보자.” 한평생 한글서예로 일관해온 한곬 현병찬(70·제주시·사진)씨의 ‘파도체’는 그렇게 나왔다.

2005년에는 한글서예의 대중화를 위해 웃는 모습의 글자를 만드는 ‘미소체’를 시도했다. 훈민정음 서체를 바탕으로 가늘고 굵은 획이 조화를 이루고, 가로획은 살포시 웃는 입술과 눈 모양처럼 타원 형태로 만들었다.

이 서체는 최근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 박종국)가 추진한 ‘현대 한국 대표 서예가 한글 서체 개발사업계획’의 하나로 컴퓨터 글꼴로 개발됐다.

현씨의 서예 외길은 중학교 1학년 때 싹트기 시작했다. “선배들이 교실 기둥에 붓으로 써 붙인 표어들이 너무 멋있었어요. 기가 막혔지요. 그때부터 한글서예에 대한 동경심이 일었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붓을 잡게 된 것은 1957년 제주사범학교에 입학하면서다. 처음에는 제주 서예계의 대가 소암 현중화 선생한테 한문과 함께 서예를 배웠다. 사범학교 2학년 때부터 한글서예의 길로 들어섰다.

초등학교 교직생활은 한글서예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44년 동안 제주에서만 교직생활을 한 그는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글서예교실을 운영했다.


“한글서예는 한문서예와 달리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맛이 있어요.”

그는 한글이 아니면 한국인의 정서나 감정을 온전하게 나타낼 수 없다고 믿는 한글 예찬론자이자 제주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제주어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문서예와는 달리 짧은 역사를 지닌 한글서예에 예술성의 유무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그는 “한글서예를 버리면 누가 한글서예를 쓰나”라고 반문했다.

“서예에도 연령이 있어요. 70살을 고비로 하향 곡선을 그립니다. 앞으로는 제주노동요와 제주적인 것을 서예로 구현하도록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그는 지난 2003년 퇴직과 함께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문화예술인마을에 전시관을 겸한 ‘먹글이 있는 집’을 짓고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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