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차 땅에 묻고 도난신고…벤츠·포르셰 짜고친 추돌사고

멀쩡한 차 땅에 묻고 도난신고

묻은 차 고물로 팔다 덜미…같은 곳서 2대 추가 발견
11명 가담…수리비 부풀려 타낸 보험금만 차값의 2배

기막힌 자동차보험사기

멀쩡한 승용차를 밭에 파묻고는 도난당했다고 거짓 신고해 보험금을 받아 챙긴 사람이 덜미를 잡혔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사는 박아무개(41)씨는 2008년 3월17일 자신의 집 옆 텃밭을 굴착기로 파고 승용차를 묻은 뒤 경찰에 ‘차를 집 앞에 세워뒀는데 없어졌다’고 신고했다. 그러고는 보험회사로부터 차량 평가액인 603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는 지난달 16일 형(47)과 함께 이 승용차를 파내 고물로 넘겼다가, 차량에 조각조각 찢기고 흙이 묻어 있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고물상의 신고로 범행이 들통나 홍성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박씨의 텃밭에 승합차 등 차 2대가 더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 수사관은 “박씨가 수상한 차량 부속품을 고물상에 넘긴다는 첩보를 듣고 수사했다”며 “추가로 발견된 차량들은 엔진 등 주요 부품이 없어진 상태여서 여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벤츠·포르셰 짜고친 추돌사고

고급 외제 승용차끼리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받아 챙겨온 이들도 법망에 걸렸다.

2009년 9월2일 서울 성수동 한 교차로에서 벤츠 승용차가 불법 유턴을 하다 앞서가던 포르셰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피해 차량의 운전자는 보험회사에 전화로 사고 사실을 알렸다. 대략적인 견적서를 내자 보험회사는 미수선 수리비(운전자에게 정비 이전에 지불하는 금액) 5500만원과 차량 렌트비 1100만원을 줬다.

정부합동 보험범죄 전담대책반의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외제차를 이용한 전문 보험사기단이 고의로 일으킨 교통사고로 밝혀졌다. 보험사기단은 외제차의 부품 및 공임 표준가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허점을 이용해 수리 비용을 부풀려 보험금을 챙긴 뒤, 외국 사이트 등에서 중고부품을 구입해 실제 타낸 보험금보다 훨씬 싼값에 차량을 수리했다. 범행에 쓴 포르셰는 수입 가격이 7700만원이었지만, 세 차례 고의로 사고를 내 챙긴 보험료는 1억4794만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박철)는 외제차 보험사기단 11명을 적발해 김아무개(34)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7명을 약식 기소, 1명을 기소중지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대전/송인걸, 김태규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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