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트지 않는 ‘불량볍씨’ 호품벼로 인해 벼 재배 농가가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전남 화순군 한 농가에서 농민들이 불량 호품벼 모판을 엎어버린 뒤 모판을 정리하고 있다.
광주일보 제공
“5개품종 1300t 불량” 민원빗발
종자원, 호품벼 사용중지 명령
농민 “싹 안트고 잎 고사…암담”
종자원, 호품벼 사용중지 명령
농민 “싹 안트고 잎 고사…암담”
“벼농사 30여 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지요. 모내기가 한 20일 늦어지게 생겼으니, 원….”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농민 김민환(57)씨는 지난달 20일 정부 보급종 볍씨인 호품벼 20㎏들이 2포대를 구입해 물에 담근 뒤 발아기에 넣어 24일 파종했다. 지난 2일 모판을 옮기려던 김씨는 눈을 의심했다. 모가 40%밖에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황당해하던 김씨는 이튿날 농업기술원으로부터 호품벼 사용 중지 통보를 받았다. 30년 남짓 1만9800㎡ 규모 논에 벼농사를 지어온 김씨는 “정보 보급종은 병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믿고 썼는데 기가 막힐 일”이라며 “급한 마음에 주변에서 품종도 모르는 볍씨를 구해다가 싹을 틔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급한 볍씨에서 싹이 제대로 트지 않아 모내기를 해야 할 농민들이 영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전국의 농가에 보급한 볍씨 25개 품종(2만7천t) 가운데 5개 품종 1300여t이 불량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고 11일 밝혔다. 종류별로는 호품벼와 오대벼, 운광벼, 주남벼, 동진2호 등 주로 조생종 다수확 품종들이다. 지역별 불량 볍씨의 양은 강원 240여t, 광주·전남 700여t, 경남 50여t, 충남 310여t 등 1300여t에 이른다.
앞서 지난 3일 국립종자원은 광주·전남지역에 보급된 호품벼 700여t에 대해 발아 부진 등을 이유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립종자원이 설립된 뒤 볍씨 보급종 사용중지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호품벼는 광주·전남지역 6833농가에 700여t이 공급됐으나 발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민들은 “모판에서 일정하게 싹이 트지 않아 발아가 더뎠고, 잎이 하얗게 변하는 고사 현상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남 농가에 101t이 보급된 운광벼도 발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정부가 불량 볍씨 종자를 보급해 싹이 제대로 나지 않아 모내기가 암담하다”며 모판을 갈아 엎는 농가도 나오고 있다.
불량 볍씨를 파종한 농가들은 이달 초부터 대체 종자를 자체적으로 확보해 재파종을 서두르고 있지만, 영농철 모내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립종자원은 “전국적으로 호품벼를 구한 농가의 92%가량은 자가 종자 볍씨를 썼으며, 나머지 농가들에 농협 보관분 40여t과 공공비축미 10여t으로 대체 종자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보급종 볍씨에서 발아 부진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조사중이다. 신성암 국립종자원 종자유통과장은 “호품벼의 경우 지난해 기온이 평균적으로 1도가량 낮았고 태풍 피해까지 겹쳐 종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3~4일이면 싹이 튼다고 알고 있는 농가들엑, 1주일가량 걸려야 발아된다는 점을 사전에 공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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