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무등산 정상 일대의 지왕봉·인왕봉이 개방되자 시민 2만여명이 산길을 오르고 있다. 안관옥 기자
1966년 방공포대 주둔하면서 8부 능선 출입통제
14일 하루개방에 해발 1100m에 2만명 구름인파
14일 하루개방에 해발 1100m에 2만명 구름인파
14일 하루 개방된 무등산 정상에 광주시민 2만여명이 몰렸다. 애초 1000여명을 예상했던 광주시와 군당국은 깜짝 놀랐다. 해발 1100m의 산길에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든 까닭은 무엇일까.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한다는 게 늘 아쉬웠어요. 광주의 상징을 볼 기회가 45년 만에 찾아왔는데 놓칠 수야 없잖아요.”
개방 한 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 서석대에 도착한 시민 주현숙(53)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출입통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 주씨는 전날 일을 보러 서울에 갔다가 새벽 차를 타고와 서둘러 산행에 나선 길이었다. 이렇게 정상길에 몰려든 인파는 가족 단위 상춘객과 서울·부산 등지 산악회가 가세하면서 금세 불어났다.
시민들은 평소 철조망에 둘러싸였던 서석대~지왕봉~누에봉 1㎞ 구간이 열리자 신분증을 보이고 새순이 돋는 숲사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석대 아래 쪽에선 꼬리를 문 행렬이 1㎞ 이상 이어지는 북새통이 일자 일부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꿈꾸던 정상에 이른 시민 이순자(52)씨는 “연초록 능선이 부드럽고 황홀하다”며 “산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고 감탄했다. 천연기념물인 서석대·입석대보다 주상절리가 뛰어났던 천왕봉이 훼손된 모습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60년대 초 이곳에 식물채집을 다녔다는 채정기(68) 전남대 명예교수는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천왕봉 암반이 5m 넘게 깎여 우뚝했던 위용이 사라졌다”며 “광주의 기상이 서린 곳인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출입통제를 두고 불만도 뒤따랐다. 김광철(55) 들꽃산악회장은 “정상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이 인파가 말해주는 것 아니냐”며 “이번으로 그칠 게 아니라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을 오를 수 있도록 등산로를 개설해 적어도 계절마다 한차례씩 열어야 한다”고 바랐다.
김인주(56)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은 “노무현 정부가 정상을 시민한테 돌려주는데 관심을 가졌지만 정권교체로 물거품이 됐다”며 “팔공산과 계룡산도 정상 일대를 개방하는 만큼 완전 개방과 부대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등산은 지난 1966년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하면서 8부 능선까지 출입 통제가 시작됐다. 시민의 개방 요구가 거세지면서 규봉암(85년), 입석대(90년), 서석대(92년) 등이 차례로 열렸다. 중봉의 부대가 이전한 98년 이후엔 정상 3봉을 중심으로 반경 500m 구역을 오를 수 없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무등산 정상 개방 구간 지도
꿈꾸던 정상에 이른 시민 이순자(52)씨는 “연초록 능선이 부드럽고 황홀하다”며 “산바람을 맞으며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고 감탄했다. 천연기념물인 서석대·입석대보다 주상절리가 뛰어났던 천왕봉이 훼손된 모습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60년대 초 이곳에 식물채집을 다녔다는 채정기(68) 전남대 명예교수는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천왕봉 암반이 5m 넘게 깎여 우뚝했던 위용이 사라졌다”며 “광주의 기상이 서린 곳인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출입통제를 두고 불만도 뒤따랐다. 김광철(55) 들꽃산악회장은 “정상에 오르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이 인파가 말해주는 것 아니냐”며 “이번으로 그칠 게 아니라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을 오를 수 있도록 등산로를 개설해 적어도 계절마다 한차례씩 열어야 한다”고 바랐다.
김인주(56)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은 “노무현 정부가 정상을 시민한테 돌려주는데 관심을 가졌지만 정권교체로 물거품이 됐다”며 “팔공산과 계룡산도 정상 일대를 개방하는 만큼 완전 개방과 부대 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구했다. 무등산은 지난 1966년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하면서 8부 능선까지 출입 통제가 시작됐다. 시민의 개방 요구가 거세지면서 규봉암(85년), 입석대(90년), 서석대(92년) 등이 차례로 열렸다. 중봉의 부대가 이전한 98년 이후엔 정상 3봉을 중심으로 반경 500m 구역을 오를 수 없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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