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31돌을 하루 앞둔 17일 저녁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전야제’ 무대에, 당시 시민군을 상징하는 풍물패와 1991년 민주주의를 외치다 숨진 강경대·박승희·김철수 등 열사 11명의 영정이 들어서고 있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중항쟁 기록물, 유네스코 소위 통과…다음주 결정
보수단체들 “북한군 개입” 억지주장 펴며 반대운동
보수단체들 “북한군 개입” 억지주장 펴며 반대운동
5·18 민중항쟁 31돌 전야제가 열린 지난 17일 저녁 광주 동구 금남로1가 특설무대. 개그맨 장동혁씨가 한창 달아오른 무대에 올랐다. “요즘 나 같은 개그맨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왜냐면 프랑스 파리까지 가서 5·18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웃기는 사람들 아니냐.” 장씨의 발언은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광주 시민들한테 큰 공감의 박수를 받았다.
광주 시민들은 지난해 3월부터 ‘5·18 원본 기록물’ 3만5천여점 80여만쪽을 세계기록유산으로 공인받기 위해 정치·행정·종교 등 각계 인사 100여명으로 ‘등재 추진위원회’를 꾸려 정성을 들여왔다.
등재 대상에는 △광주시청 5·18 일지 △사망자 인적사항 보고 △군사법정 재판기록 △부상자 진료기록 △국회 광주청문회 회의록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문 등을 포함했다. △관련자 1500여명의 구술 증언 △피해자 5100여명의 보상서류 등 방대한 기록들도 넣었다.
5·18 기록물은 지난 4월 세계기록유산 심사소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해, 유네스코 자문위원 회의에 넘겨졌다. 세계에서 등재를 신청한 84건 가운데 심사소위를 통과한 59건에 포함돼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유네스코는 오는 22~26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자문위원 총회에서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던 광주 시민들은 최근 난데없는 훼방꾼을 만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뉴라이트 일부 단체와 인사들, 지난 4월에는 보수단체인 국가정체성회복협의회와 한미친선우호협회에서 활동중인 서석구 변호사 등 일부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등재 반대 운동을 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네스코 파리본부에 ‘광주사태, 함부로 등재 말라’는 성명을 보내 “북한 특수군 600여명이 광주에 와서 시민을 죽였다. 가해자는 국군이 아니고 북한인데도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거짓 주장을 했다.
추진위원장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유네스코가 인류공영과 세계평화에 기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이런 방해를 해도 등재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세계기록유산에 오른 세계의 민주화운동 자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 재판 기록 △필리핀의 민중혁명 음성 테이프 △아르헨티나·칠레의 인권운동 기록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동의보감·훈민정음·조선왕조실록 등 7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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