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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성기업 ‘주간연속 2교대’ 시행 곱게 놔두겠냐”

등록 2011-05-24 20:39수정 2011-05-25 09:23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의 등 뒤로 경찰 지도부가 병력 투입에 앞서 사전 답사를 하고 있다.  아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노조원들의 등 뒤로 경찰 지도부가 병력 투입에 앞서 사전 답사를 하고 있다. 아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진압 왜 서둘렀나
하청기업 먼저 시행땐 완성차 업체들로 불똥
“생산 차질 여파 크다” 일부 언론도 압박 가세
24일 오후 4시 이뤄진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대한 경찰 투입과 노조원 연행은 경찰의 애초 계획보다 하루 당겨진 것이다. 경찰 조기 투입 결정에는 무엇보다 유성기업 노사가 벌이는 교섭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24시간 2교대 근무’를 고집하며 부품납품업체들까지 압박하는 터에, 유성기업이 그 틀을 벗어던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쪽은 유성기업에 ‘현대차 시행 후 3개월 내 시행 추진’을 요구하며 유성기업 노사의 교섭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는 완성차 업계 노조도 요구하는 핵심 쟁점”이라며 “하청업체에서 이를 먼저 시행하면, 다른 하청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들도 시행을 미루기 어렵게 되는데 곱게 놔두겠느냐”고 말했다. 유성기업으로선 노조 쪽과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폭이 제한돼 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의 태도 변화 없이는 유성기업 노사 자체의 협상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 노사는 이날 경찰 진입 직전인 오후 2시께 다시 만났다. 김성태 유성기업 아산공장 지회장은 이 교섭이 결렬된 뒤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이 협박하더라고요. 3시에 경찰이 들어온다면서요. 보여주기식으로 협상하는 시늉만 한 겁니다.” 김 지회장의 말은 불과 한 시간 만에 사실이 됐다. 사쪽은 경찰 진입을 위한 ‘무늬만 협상’을 거듭하고 있었던 셈이다.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한 재계와 일부 언론의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공격’도 경찰의 등을 떠민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일부 언론은 ‘자동차엔진의 핵심 부품 생산업체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 차질에 따른 여파가 클 것’, ‘조업이 중단되면 노조가 안아야 할 피해배상액이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등 생산에 끼칠 영향을 크게 부각하는 보도를 되풀이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단체들도 거들고 나섰다.

이런 공세와 정부의 친기업 일변 태도에 가려 구시대적인 장시간 야간노동 체제를 바꾸자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는 이미 2009년 노사가 잠정 합의했던 사안이었다. 회사 쪽이 구체적인 시행 방침을 제시하지 않으며 미적거리자, 노조는 이를 올해 초부터 제기해 회사 쪽과 12차례나 협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현대차 등의 ‘압박’ 때문인지 협상에 진전은 없었다.

이런 가운데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끄는 경찰은 노사 교섭 기회를 더 주지 않았다. 노조의 파업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에 이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합법적인’ 항의였다. 회사가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자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파업을 무력화할 것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고 나섰다. 이를 회사 쪽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자 경찰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한 수순을 밟았다. 회사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 승합차로 노조원 13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사건은 수사가 더디기만 한 상태였다.

회사 쪽만을 두둔하는 정부·경찰의 대처에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남·충북지부가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는 이날 “주간 2교대 등 노사 합의사항을 지키라는 요구에 회사는 공격적 직장 폐쇄, 용역경비 배치 등 철저히 노조를 무력화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데 정부까지 경찰을 투입한 것은 최소한의 공정성도 무시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의 부당한 개입으로 유성기업 노사관계가 파탄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국가 공권력이 불법을 행사한 최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쟁의 과정을 폭력으로 짓밟은 정부에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송인걸 전진식, 김소연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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