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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총장 ‘말뒤집기’…교수·학생 부글부글

등록 2011-05-30 21:32수정 2011-06-02 17:28

혁신비상위의 구성·활동을 명시한 합의서
혁신비상위의 구성·활동을 명시한 합의서
발전계획 소통 부재에 ‘혁신위안 즉시 실행’ 합의 번복
31일 교수협 총회 주목…게시판에 “독재자” 비판 봇물
대전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서남표 총장이 학내 문제 전반의 개선을 목표로 지난달 출범한 혁신비상위원회의 의결사항을 ‘즉시 실행’하기로 한 약속을 번복해 교수·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한겨레> 28일치 8면:카이스트 총장 ‘혁신위 요구 실행’ 약속깼다) 31일 열리는 교수협의회의 총회 결과가 서 총장의 향후 거취를 가를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말 바꾸기 서 총장은 지난달 13일 교수협의회에서 혁신비상위 구성을 제안하자 이를 수용하는 기자회견을 곧바로 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서 총장과 주대준 대외부총장, 경종민 교수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주대준 대외부총장은 서 총장을 대신해 “총장의 권한 내에서는 소통 내용(교수·학생들이 제시한 의견)을 즉시 시행하겠다”며 “교수협의회의 (혁신비상위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총장이 교수협의회장을 얼싸안고 적극 지지했다”고 밝혔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서 총장 또한 혁신비상위의 구성·활동을 명시한 합의서(사진)의 7개 조항 가운데 “총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는 문구까지 수용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 소통? 불통! 당시 서 총장은 당분간 모든 대외 일정을 취소하고 구성원들과의 소통에 전념하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발표된 학교 장기발전계획인 ‘비전 2025’를 만들면서 일부 보직교수들의 논의를 거쳤을 뿐 대다수 교수·학생들과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과학기술대학의 한 교수는 “의사결정 구조의 후진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 2학년인 한 학생도 “정작 학생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비전 2025’가 어떤 내용인지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서 총장은 혁신비상위원장인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여러 차례 의결사항의 즉시 실행을 촉구하자 여름방학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이사회에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그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7일 주대준 대외부총장을 통해 “‘즉시 실행하겠다’는 뜻은 총장이 혁신위의 결정을 가감 없이 이사회에 상정해 절차를 밟아 이행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 “독재자 같다” 이처럼 서 총장이 지난달 교내·외에 공표한 약속을 불과 한달여 만에 뒤집는 모습을 보이자 교수·학생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다. 학부 총학생회는 30일 “대부분의 안건이 총장의 전결사항임에도 이사회에 그 결정권을 다시 넘기는 것은 총장에 대한 학우들의 믿음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이는 교수와 학생 사제 간의 인간적인 신의와 믿음의 문제이며,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부 총학생회는 조만간 중앙운영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내 인터넷 게시판에도 서 총장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소통은커녕 자신에 대한 반대조차 인정하지 않는 독재자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가만히 방관자적인 자세로 지켜만 보고 있다면, 더이상 우리는 학교의 주인이 아니다”라는 등 분노와 자성을 드러낸 글들이 많았다.

교수협의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하며, 대학평의회를 ‘정식 기구’로 설치·운영해 총장의 독단을 견제하는 한편, 재정·인사 부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 등을 혁신비상위에 제안해 시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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