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한 옻칠공예 학과가 폐과 위기에 몰렸다. 학생들은 전통 옻칠 보존 및 계승을 위해 학과가 존속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전 배재대 칠예과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은 31일 대전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쪽이 일방적으로 내년 학기부터 칠예과 등 3개 학과를 폐과하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소중한 전통예술 분야가 경제 논리에 희생돼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지난 16일 학교 쪽이 연 학제개편 공청회에서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칠예과는 국내에서 유일한 옻칠공예 전공 학과로,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려는 학생들이 계속 옻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원생은“칠예전공 학생들은 대를 이어 옻칠을 배우거나 전통문화를 계승하려는 사명감으로 이 학과를 선택했다”며 “칠예과는 2004년 미술학부에서 독립했으나 최근 전공이 다른 교수가 학과장을 맡더니 학생들 의견도 수렴하지 않은채 폐과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 쪽은 앞으로 3년동안 현행 1부 9개 단과대학을 5개 단과대학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학제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칠예과와 아펜젤러 국제학부 등은 경쟁력이 없어 폐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 쪽은 폐과 대상 학과 재학생들은 외래 교수진을 초빙해 전공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다음달 초 이런 학제개편 계획이 반영된 2012학년도 신입생 모집 단위를 확정해 발표한다.
대학 관계자는 “칠예과가 전통 옻칠을 공부하는 국내 유일의 학과라는 점은 잘 알지만 고교 졸업생이 줄어들어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하는 현실을 감안해 학제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며 “오는 7월까지 외부의 경영진단을 받아 직제개편 및 교직원 평가제도, 재정확보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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