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내역 요구에 40여일 버티다 마지못해 제출
시에선 “무슨 꿍꿍이냐·행정력 낭비” 불만 표출도
시에선 “무슨 꿍꿍이냐·행정력 낭비” 불만 표출도
광주시의회 홍인화(47·북구 용봉·오치·임동) 의원은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홍 의원은 지난 4월14일 행정·경제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내역과 자료를 요구했다. 시장과 간부들의 업무추진비는 분기마다 시 누리집(사전공표정보방)에 공개되지만 부시장 2명 몫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은 뒤 주변에서 묘한 반응이 이어졌다. 시의회 동료의원들은 ‘그렇게 민감한 걸 주라고 하느냐’고 점잖게 말리려 들었다. 집행부 공무원들은 ‘요구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고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홍 의원은 “시 업무추진비 공개 조례에 공개대상으로 적시한 내용만 요구했다”며 “그런데도 자료를 요구한 꿍꿍이를 따지고 외부 연계설을 흘리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고 돌아봤다.
어물쩍 버티던 광주시는 5월16일께 행정·경제 부시장의 한해분 업무추진비 내역이라며 15쪽씩 자료를 내놓았다. 핵심인 지출 결의서와 카드 영수증 따위는 빠지고 없었다. 이렇게 시늉만 내는 걸 보고 홍 의원은 발끈했다.
홍 의원은 5월20일 지난해 결산 자리에서 “업무추진비조차 밝히지 않는데 어떻게 결산을 하느냐”고 결산심사를 거부한 채 다시 채근했다. 기세에 놀란 광주시는 5월24일 한해 1억1660만원씩인 부시장 2명의 업무추진비 자료 500여쪽씩을 내놓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곱게 내놓지 않고 “해도 너무한다”,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뒷말을 함께 흘렸다. 금단의 영역을 엿보려 하는 데 대한 불평이었다.
홍 의원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썼다면 못 내놓을 이유가 없다”며 “예산 씀씀이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게 시의원의 일차적 임무일 뿐”이라고 말했다. 40여일 만에 어렵사리 자료를 손에 넣은 홍 의원은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쓰임새 분석에 들어갔다. 이 자료 더미 속에는 어떤 말 못할 진실들이 숨어 있을까.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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