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구제역 매몰지, 시료 5개서 오염 확인”

시민환경연 “가축사체 유래 물질 최대 15배 검출”
충북도 “썩은 비료 등 가능성…침출수 단정 못해”

충북 진천군의 구제역 매몰지 3곳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2차 피해를 낼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한겨레> 5월25일치 15면) 환경단체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충북도는 이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충북도내 구제역 매몰지 시민조사단은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18일 시민환경연구소 등과 함께 진천군 이월·문백면 지역의 구제역 매몰지 3곳에서 채취한 시료 9개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이월면 사곡리의 매몰지 아래쪽 도랑물에서 ‘가축사체 유래물질’(NRN) 15.0120㎎/ℓ가 검출됐다.(표 참조) 가축사체 유래물질은 가축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단백질·암모니아 등에서 나오는 물질이다. 시민조사단은 “이번 조사는 경기 이천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밝힌 원자력연구원의 분석방법에 따른 것으로, 가축사체 유래물질의 분석은 침출수인지 가축 폐수인지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쓰이며 수치가 1 이상이면 침출수에 의한 오염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문백면 옥성리의 매몰지 아래 계곡 상류·중류·하류 지역에서는 모두 가축사체 유래물질이 기준치 1을 넘어 7.2641㎎/ℓ까지 검출됐다. 옥성리의 또다른 매몰지 1곳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가축사체 유래물질이 나왔다. 시료 9개 가운데 5개가 침출수에 의해 오염된 것으로 시민조사단은 보고 있다.

시료 분석을 맡은 시민환경연구소의 김정수 부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점은 침출수로 의심되는 물을 직접 가져와 확인한 데 있다”며 “기준치가 1이므로 최고 15가 넘는 검출량은 오염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경기 포천 3곳과 안성 1곳의 구제역 매몰지에서도 침출수에 의한 오염이 확인됐다”며 “장마가 오기 전 매몰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침출수 유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조사단은 이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충북도와 진천군에 구제역 매몰지 관련 정보의 공개를 거듭 요청하고, 민·관·학 공동조사도 제안했다. 오경석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번에 조사한 매몰지에서 침출수로 의심되는 물이 근처 저수지나 논으로 흘러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민조사단은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한다는 방침이다.

현공율 충북도 축산과장은 “매몰지 관측정 검사에서 침출수 오염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비료·퇴비나 썩은 나무 등에 의해서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어 시민조사단의 주장처럼 침출수로 단정할 수 없다”며 “빗물이 흘러들지 않도록 매몰지 위쪽에 배수로를 만드는 등 조처를 할 예정이며, 민·관·학 공동조사 제안은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