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군 대산면 대산들판의 논. 모내기를 한 논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경남 함안군 대산면 농민 대부분이 모내기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바닥을 깊게 준설하는 바람에 강물 수위가 크게 낮아져 들판에 농업용수를 끌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낙동강과 남강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예부터 양수·배수 시설이 잘 갖춰져 홍수와 가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따른 대규모 준설로 낙동강은 물론 지류인 남강의 수위까지 1.5m가량 낮아지면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남강물을 대산면 구혜리 대산들판 673만8000㎡에 공급하는 구혜양수장은 집수정에 모은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250마력짜리 모터 2개를 갖추고 있지만, 집수정에 물이 충분히 고이지 않아 7일 모터 1대는 아예 가동하지 않고 나머지 1대도 동력의 15% 정도만 가동했다. 낙동강물을 인근 대산면 장암면 장포들판 78만9000㎡에 공급하는 장포양수장의 강물 인입구 수심은 30㎝ 정도에 그쳤다.
30년째 구혜양수장을 관리하고 있는 정팔규(63)씨는 “올봄에는 비교적 비가 많이 왔는데도, 한창 가물 때 나타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집수정 물 높이가 지금보다 1m 정도 더 올라오지 않으면 모내기에 필요한 양의 물을 보낼 수 없다”고 걱정했다. 김치언 한국농어촌공사 함안지사 동부지소장은 “강물 높이가 낮아져 생긴 문제인 만큼 결국 해답도 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올해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면 모내기 전에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수장에서 500m 정도만 벗어나도 들판에서 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일찍 모내기를 한 일부 논은 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며 모가 말라가고 있었다.
빈지태 함안군의원은 “대부분 수박 시설재배를 끝낸 뒤 벼농사를 짓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모내기를 조금 늦게 하는 편이어서 아직은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늦어도 이달 말까지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완전히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준설의 영향으로 강물 수위가 내려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며 “4대강 사업이 끝난 뒤 강물을 채우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당장 올해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양수장 인입구 쪽 강에 임시로 둑을 설치해 강물을 양수장에 강제로 끌어들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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