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산림청의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인기 영화·드라마·광고의 단골 촬영 장소로 떠오른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담양군 제공
경관 뛰어난 길·늪·섬·만…
생태보존·청소 비용 명목
요금 징수 확산 비판 일어
생태보존·청소 비용 명목
요금 징수 확산 비판 일어
경관이 뛰어나고 생태적 가치가 높아 관광객이 몰리는 길·늪·숲·섬·만 등지에서 입장료를 받으려는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관광객들은 “국립공원도 입장료는 없다”, “통행료 내라는 거냐”며 마뜩잖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전남 담양군은 11일 국도 24호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서 입장료 2000원을 받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곳은 2002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뒤 영화 <화려한 휴가> <와니와 준하>, 드라마 <겨울연가> <아가씨를 부탁해>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연간 50만명이 찾는 관광코스가 됐다.
군은 “10여년 동안 관리비 91억원을 들였고, 한해 54t의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해 10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려 생태보전과 시설보강에 쓰겠다는 것이다. 주민 전고필(45)씨는 “애초 국가 소유인 국도의 관리를 맡아 입장료를 받는 것은 지나친 돈벌이”라며 “아름답고 인심 좋은 담양의 인상을 흐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1월부터 남해안 순천만에서 입장료 2000원을 받고 있다. 순천만은 광활한 갯벌을 배경으로 갈대숲, 칠면초, 말똥게, 철새 등이 어우러지는 연안습지다. 2006년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람사습지로 등록되면서 한국의 대표적 생태관광지로 떠오른 곳이다.
시는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300만명으로 늘면서 훼손이 우려되자 인파를 적정 수준까지 줄이는 방법으로 유료화를 선택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용역 결과 한해 적정 관람객은 197만명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유료화 뒤 입장료 수입은 5월까지 6억여원에 이르렀다.
전남 신안군도 지난달부터 염전과 해송, 갯벌이 유명한 증도에서 입장료 2000원씩을 받고 있다. 군은 지난해 슬로시티 열풍과 증도대교 개통으로 관광객이 80만명에 육박하자, 섬 청소를 목적으로 징수에 나섰다. 군은 관광객이 섬을 나갈 때 쓰레기를 가져오면 1000원을 환불하는 방법으로 한달 동안 쓰레기 발생량 150t 중 50t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한달 입장료 수입은 3400만원이었다. 군은 섬이 깨끗해지자 오는 20일부터 입장료를 1000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경남 창녕군은 국내 최대 자연늪인 우포늪을 찾는 생태관광객을 상대로 입장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군은 우포늪 생태관에서 2000원을 받지만, 우포늪은 무료로 개방해왔다. 우포늪엔 연간 80만~100만명이 찾고 있고, 인근 따오기 복원시설이 개방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정연실(46)씨는 “이러다간 전국 곳곳에서 입장료를 내야 할 판”이라며 “환경보전이나 청소지원을 위해 지급할 마음은 있지만 시·군이 수익증대에 혈안이 되는 것 같아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광주 창원/안관옥 최상원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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