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고물과의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한 건물. 왼쪽은 간판 정비 전인 1월21일 모습이고, 오른쪽은 5개월 지난 6월24일 거리 모습이다. 광주 광산구 제공, 안관옥 기자
광주 광산구 간판정비 사업 538개 철거·거부땐 과태료
주민들 ‘산뜻한 풍경’ 반색 상인들은 ‘매출 감소’ 난색
주민들 ‘산뜻한 풍경’ 반색 상인들은 ‘매출 감소’ 난색
24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택지 들머리, 상가 건물에 세든 점포 주인들이 앞다퉈 거리로 나왔다. 지난 6개월 동안 10차례 넘게 만나 설전을 나눈 구청 공무원들이 나타난 직후였다.
서해주꾸미 대표 박화자(46)씨는 “도시 미관도 좋다. 하지만 길 건너 건물은 맘대로 간판을 다는데 우린 열 집 중 아홉은 계고장을 받았으니 열받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수완김밥집 주인 김종화(39)씨는 “지난 4월 계고를 받고는 20만원을 주고 크레인을 불러 간판 2개를 철거했더니 매출이 떨어진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광주 광산구가 2008년 조성돼 31개 아파트 단지에 5만명이 입주한 수완지구에서 ‘불법 간판’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여의도의 절반 면적인 수완지구는 애초 조성 때부터 도시 미관을 고려해 옥상과 3층 이상엔 간판을 설치할 수 없도록 ‘지구단위 계획’을 고시했다. 하지만 반년 전까지만 해도 이 계획은 무시됐다. 여느 새도시처럼 옥상 광고물 등이 홍수를 이뤘다.
광산구는 지난해 말 이곳의 간판 3300여건을 죄다 조사해 간판 위치·규격·조명 등을 자료로 만들었다. 불법 설치된 롯데마트·국민은행·신한은행 등 대형 업체·기관의 옥상 간판부터 내리도록 했다. 올해엔 직원 10명으로 전담반을 꾸려 밤낮없이 불법 광고물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상반기에 계고장 1158건, 과태료 예고 240건을 보냈다. 철거한 간판은 538개, 몰수한 풍선광고는 549개, 현수막은 3만5000장에 이른다. 철거를 거부한 식당·당구장은 물론 병원·교회엔 과태료·이행강제금 22건 4032만원을 물렸다.
주민 김양숙(44)씨는 “상무·첨단지구 같은 다른 동네보다 거리 풍경이 산뜻해졌다”며 “커다란 글씨로 시야를 가로막는 분양·임대 광고 단속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심하게 반발했다. 전담반에는 시의원·구의원·공무원들의 압력이 줄을 이었고, 누리집엔 “다음 구청장 선거에서 보자”는 엄포까지 올랐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소수 점포의 편의를 위해 불법 간판을 용인하면 다수 주민이 장기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불법 간판을 정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간판을 달아주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수(40) 광산구 광고물정비 담당은 “이런 정비가 전국의 다른 도시나 택지를 개발하는 데도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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