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촌동 대살미 마을극장에서 주민들로 꾸려진 대살미 연극단원들이 지난 26일 개관기념 연극 <꿈을 캐는 사람들>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이웃들 뭉친 연극동아리 ‘대살미’
옛 다방 개조 문화사랑방 꾸려
옛 다방 개조 문화사랑방 꾸려
마을 사람들을 위한, 마을 사람들의 극장이 대전에서 문을 열었다. 대전 중구 중촌동에 있는 대살미 마을극장은 7월29일 창작 연극 <꿈을 캐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렸다.
이 연극은 낚시터에서 만난 선남선녀들이 삶의 아픔과 배신을 당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로, ‘마을극장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대살미는 중촌동의 옛 이름이자, 대대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마을이란 뜻도 담고 있다. 이 동네 주민들로 이뤄진 대살미 생활문화공동체 연극동아리 단원들이 배역을 맡았다.
단원 정금자씨는 작은 여행사를 운영하고, 백현진씨와 정민이씨는 각각 어린이집 원장, 교사이다. 이경여씨는 통장이고, 엄지혜씨는 노래교실을 하는 가수이며, 이용욱씨는 토마토도시락 가게를, 이정범씨와 곽성구씨는 식당을 운영한다. 송영희씨는 부동산 중개업, 이은택씨는 컨테이너 사업을 하고, 구건백씨는 충청대 교수다. 공직에서 은퇴한 일흔의 이판수씨가 최고령 배우이다. 막내 단원인 조민정씨는 극장의 상근 직원으로 취업해 마을극장 개관이 더욱 기쁘다.
이순옥 연극동아리 회장은 “연극을 배워 봉사활동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2009년에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극동아리는 대전시의 마을기업에 선정됐고, 그때 받은 지원금으로 마을극장을 세운 것이다. 옛 다방을 고쳐 만든 극장은 120㎡ 남짓한 지하 공간에 작은 무대와 조명 12개, 8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관객용 의자, 분장실 겸 대기실로 쓰는 방 하나를 갖춘 것이 전부이지만 주민들은 세종문화회관이 부럽지 않다.
이번 개관 기념 공연에서 ‘낚시하는 사내1’ 역을 맡은 이용욱씨는 “도시락 배달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이 ‘우리 동네 스타배우’라고 반겨준다”고 자랑했다. 마을극장은 최근 홀로 사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교실도 열었다.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이 될 겁니다. 배우고 연습해 상설공연을 하는 게 바람입니다.” 대살미연극동아리를 지도하는 오홍록 연출가의 꿈이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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