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지나간 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와 장자도를 잇는 길이 260m의 장자교 인근에 정박중이던 대형 바지선 해승호(350t)가 거센 파도에 떠밀려 장자교 교각과 충돌하면서 다리 일부가 붕괴돼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이 사고로 다리 밑을 지나는 전력선도 끊겨 선유도와 무녀도 등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전남·부산서 인명 피해
큰 파도에 양식장들 파손
과수원도 낙과 손실 심각
큰 파도에 양식장들 파손
과수원도 낙과 손실 심각
강풍을 동반한 9호 태풍 ‘무이파’로 전남과 부산에서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태풍이 닥친 남·서해안에서는 초속 30m에 이르는 강풍과 너울성 파도가 양식장을 덮쳐 피해가 컸다.
7일 밤 9시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항 앞바다에서 김아무개(72)씨가 어선이 뒤집히는 바람에 실종됐다. 밤 8시40분께는 화순군 한천면 한 종교시설 인근에서 박아무개(50)씨가 계곡물에 휩쓸려 숨졌고, 오후 5시40분께는 완도군 고금면 덕동리 선착장에서 어선을 옮기던 김아무개(76)씨가 바닷물에 빠져 숨졌다.
부산에서도 7일 오전 11시35분께 사하구 구평동 서방파제에서 이아무개(64)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고, 오전 8시께 감천항에서 김아무개(59)씨가 바지선 밧줄 보강작업을 하다 튕겨나온 밧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남·서해안에선 강풍과 너울성 파도로 양식장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8일 오전 7시30분께 전북 군산시 옥도면 장자교 밑에 정박해둔 바지선 해승호(350t급)가 강풍에 닻줄이 끊기면서 다리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장자교 교각 5개 가운데 1개가 내려앉고 상판 100m가 뒤틀려 통행이 중단됐으며, 전력선도 끊겨 선유도·무녀도·장자도 등의 520여가구에 정전이 됐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전복 양식장 28㏊ 가운데 24㏊가 피해를 봤고, 진도·신안군의 어패류 양식장도 파손됐다.
전남 보성·나주 등지의 과수원 461㏊에선 배·감 등 과일이 강풍에 떨어지고, 채소 재배용 비닐집 42동이 무너졌다. 신안 가거도에선 높은 파도가 길이 200m의 방파제를 덮쳐 64t짜리 사발이(테트라포드) 수백개가 유실됐고, 완도 신지초교에선 높이 2m짜리 벽돌담 150m가 강한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의 600년 된 팽나무가 쓰러지면서 조선시대 관아건물인 일관헌이 부서지는 등 26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고, 충남에서는 어선 4척이 침수됐다. 대전과 충북, 부산, 경남 등에서도 강풍에 가로수가 뽑히면서 전선이 끊겨 정전 사고가 잇따랐다.
전남도 수산자원과 김상국씨는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때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들이닥쳐 너울성 파도가 양식장을 덮쳤다”며 “8일 오후에도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 정확한 피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전남의 전체 양식장 3798㏊ 가운데 상당한 면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 제주 대전 부산/안관옥 허호준 송인걸 김광수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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