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7명 공간에 작가 등 22명 배치…책상도 절반크기로
항의 작가 9명 계약해지…“비정규직 차별” 인권위에 진정
항의 작가 9명 계약해지…“비정규직 차별” 인권위에 진정
“고용 불안은 물론이고, 책상 크기와 업무공간 배치에서조차 눈에 띄는 차별을 당하는데 항의조차 못한다고요?”
9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문화방송 정문 앞에서 광주여성단체연합·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연합 등 광주지역 14개 시민단체 회원 5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구성작가 9명의 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방송사에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현업에서 배제된 채 방송사 주변을 맴돌고 있는 작가들을 격려했다. 작가 정재경(31)씨는 “우린 햇빛과 바람이 필요했다”며 “두어 시간 머물면 머리가 아픈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빌미 삼아 무더기 해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호소했다.
이런 갈등은 지난달 4일 광주문화방송이 ‘업무환경을 개선한다’며 정규직의 절반 크기인 독서실용 칸막이 책상을 작가들한테 제공한 데서 시작됐다. 회사는 사옥 4층 편성국 공간의 4분의 3을 정규직 사원 20명에게 제공하면서, 창문도 없는 나머지 4분의 1을 작가·리포터 등 22명이 쓰게 했다. 책상 크기도 정규직에겐 가로 175㎝짜리, 작가에겐 90㎝로 절반이었다. 책꽂이와 서랍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의자 사이로 통행하기도 어려웠다고 작가들은 전했다.
작가들은 기획부터 섭외까지 프로그램 제작 업무의 50%를 맡다시피 하는 현실을 들어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간부한테 ‘잘릴 수가 있으니 책상 문제로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회사에 사과와 개선을 요구했다가 일주일 넘게 반응이 없자 회사에 대자보를 붙였다.
회사는 대표 작가 1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개선 요구에 대한 보복’이라고 맞서는 작가 8명에게도 “그만두라”는 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작가 김인정(44)씨는 “공간과 책상 문제는 방송사의 비정규직 차별 행태 일부가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별로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일하지만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나 다름없는 작가들은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을 해소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광주문화방송의 시청자위원 15명 가운데 3명도 위원직 사퇴 뜻을 밝혔다. 프로듀서들도 동조 성명을 낼 태세다.
이연수 광주문화방송 편성제작국장은 “작가는 프로그램별로 계약해 업무를 하므로 비정규직도, 해고의 대상도 아니다”라며 “지역 방송 3사 가운데 우리가 작가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처우를 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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