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17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광주지역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들의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광주지역 실태 조사 비판 봇물
“화장실에 출입문도, 칸막이도 없는 거예요.”
17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단체가 마련한 기자회견에 나온 시민 박아무개씨가 발언대에 섰다. 11살짜리 장애 아들을 둔 그는 최근 광주지역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 조사에 참가해 시설 세 곳의 화장실에도 들어가보고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남녀 구별도 없고, 밖에서 빤히 들여다보여요.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었어요. 이런 곳엔 결코 아들을 보낼 수가 없어요.” 그는 화장실뿐 아니라 곰팡이 핀 베개, 걸레 같은 수건, 뭉그러진 칫솔 따위를 고발하는 사진 전시대 앞에서 눈물지었다.
문상필 광주시의회 의원은 “부실한 시설뿐 아니라 먹고 자는 일 빼고는 재활 활동이 전혀 없는 운영도 문제”라며 “재활교사가 적어 아파도 말할 사람이 없는 현실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도 “장애인들에게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시설 장애인 중 절반이 밖에 나가 살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를 귀담아들으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광주시가 지난 6~7월 장애인 시설 23곳의 인권실태를 조사해 4곳만 원생 감금, 위생 불량 등으로 문제삼았다”며 “여러 시설들이 ‘수용소’, ‘감옥’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 있도록 재조사를 벌여 건물 창살 제거, 위생상태 개선, 자립생활 지원 등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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