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예보제 시범 운영에 나선 해양수산정책기술연구소 직원들이 지난 5월 우리나라 꼬막 생산 1번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순천만 갯벌 속에 지중온도계를 묻고 있다. 해양수산정책기술연구소 제공
11월부터 순천만서…땅속온도·일사량 등 종합
기후변화 반영 꼬막·바지락 양식 정보 제공
기후변화 반영 꼬막·바지락 양식 정보 제공
천혜의 청정해역인 전남 순천만 앞바다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갯벌예보제가 시행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18일 “급격한 기후변화로 갯벌의 생태환경이 바뀌면서 연안 패류들에도 산란철 변화, 집단적 폐사, 종패 미발생 등 이변이 잦아지고 있다”며 “꼬막 등을 본격 수확하기 시작하는 11월부터 보성군 벌교읍과 고흥군 포두면 등 두 곳의 갯벌기후를 예보해 꼬막·바지락 양식어민의 피해를 막겠다”고 밝혔다.
광주기상청은 지난 5월 1억원을 들여 보성군 벌교읍 장암리 갯벌 200㏊와 고흥군 포두면 남성리 갯벌 50㏊에 각각 5곳씩 모두 10곳에 지중온도계를 설치했다. 지중온도계는 해안선에서 100~4000m 떨어진 땅속에 심어져, 꼬막과 바지락이 서식하는 깊이 5㎝와 깊이 10㎝의 갯벌 속 온도를 10분 간격으로 측정하기 시작했다.
갯벌예보제를 시범 운영중인 해양수산정책기술연구소는 갯벌의 지중온도 자료와 인근에서 측정한 조위(조류 높이)·풍향·풍속·강수량·일조량 등을 종합해 폭염주의보나 동해주의보 등을 어민들한테 발령할 예정이다. 꼬막이나 바지락이 여름 썰물 상황에서 햇볕에 노출돼 지중온도가 40도 이상 올라 폐사할 우려가 있으면 ‘폭염주의보’를 내리고, 겨울 혹한기에 지중온도가 0도 이하로 내려가서 얼어버릴 가능성이 있으면 ‘동해주의보’를 내린다. 특히 산란기 조개들의 비만도와 성숙도 따위도 측정해 정확한 산란시기를 예측한 뒤 금어기를 설정하고, 종패를 뿌리는 시기와 수확에 들어갈 시기 등도 알려주기로 했다.
이인태 해양수산정책기술연구소 소장은 “해양·수산·기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폭염지수·동해지수 등을 개발하고 있다”며 “패류 산란철이 바지락은 5월 말~6월 초, 꼬막은 7월 말~8월 초로 알려졌지만, 기후변화로 실제와는 차이가 나는 등 아직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광주기상청은 최근 두 지역의 어촌계원 100명을 상대로 갯벌예보제의 취지를 설명하고, 원하는 정보와 전파하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를 토대로 오는 11월부터 누리집에 갯벌예보방을 따로 만들고, 어촌계원 휴대전화로 정보를 전파할 방침이다.
김명자 광주지방기상청장은 “전남엔 1036㎢의 갯벌이 있어 전국의 40%를 차지한다”며 “갯벌예보는 지역 맞춤형, 생활 밀착형으로 한단계 진화한 기후정보 서비스”라고 말했다.
광주기상청은 “최근 어패류의 중국 수요가 늘면서 값이 2~3배 올라 어민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며, 갯벌예보에 대한 주민의 호응이 높으면 남해안에서 서해안으로, 꼬막과 바지락에서 백합·모시조개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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