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집행 절차 밟아야
법원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으나 사업구역 안에 야당이 점유한 시설물이 있는데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군사기지 반대 범국민운동에 나설 태세여서 해군이 공사를 강행하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은 29일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문에서 사업구역 안 컨테이너 등 시설물들의 철거는 사업 시행자(해군참모총장)가 직접 할 수 있다며 집행관으로 하여금 대신 철거하게 해달라는 해군 쪽 신청은 기각했다. 해군이 공사를 재개하려면 이들 시설물의 관리권을 갖고 있는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 5당 제주도당을 상대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 5당 제주도당은 지난 15일 공사 현장의 컨테이너와 공동숙박용 하우스 3동 등 시설물들을 강정마을회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컨테이너 벽 등에 고시했다. 야당 쪽은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하면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해군이 철거에 나설 경우 마찰이 예상된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해군이 행정대집행을 하려면 야 5당 쪽에 계고처분을 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등은 법원이 “포괄적으로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반대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명시한 점을 들어,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국민운동에 나서겠다는 태도다. 고유기 범도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오는 3일 ‘평화비행기’ 제주 방문을 계기로 ‘전국민이 강정마을을 방문해 해군기지 공사 현장을 직접 살피고 목소리를 모으자’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3일 평화비행기(170명)는 탑승객 예약이 끝났고, 제주 전역에서 ‘평화버스’ 20여대가 운행될 예정이다. 문정현 신부 등은 30일 오전 공사 현장 어귀에서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주민들은 해군이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피신청인 가운데 90대 노인이나 입원중인 주민까지 끼워 넣었다가 취하한 행태도 비판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 관계자는 “법원 결정문이 고지되고 시설물 철거와 관련한 절차를 끝내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되도록 빨리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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