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서울행 케이티엑스-산천 열차가 지난 2월11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 상행선 인근 터널에서 선로를 이탈하며 멈춰 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점검하고 있다. 이 사고로 열차 운행이 지연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광명/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연휴 앞두고도 주요부품 공급 달려 교체율 77%에 그쳐
코레일, 비상점검 대책에도 승객 불안감 해소엔 역부족
코레일, 비상점검 대책에도 승객 불안감 해소엔 역부족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휴 동안 고속열차(KTX)를 이용할 귀성객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크고 작은 사고와 고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과 31일에도 부산행, 서울행 케이티엑스가 차상신호기 이상으로 멈춰 서는 등 정상 운행하지 못했다. 고장이 난 고속열차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케이티엑스-1 모델이다. 게다가 지난 5월 코레일이 안전대책으로 내놓은 주요 부품 교체 실적이 저조한데다, 추석 연휴에는 평소보다 운행 편수를 늘리면서 안전 점검 부담이 늘어나는 점도 귀성객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평소 1일 평균 182편성을 운행해온 코레일은 추석 연휴 특별수송 기간(9~14일)에 열차 하루 13편성씩 모두 76편성을 추가로 운행할 계획이다. 열차를 증편해 운행하는 상황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사고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체 투입할 열차의 부족 때문에 이용객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아무개(47·서울 용산구)씨는 고속열차로 추석 연휴 전날인 9일 밤 서울에서 처가인 대구로 갔다가 11일 대전 어머니집에서 추석을 지낸 뒤 13일 저녁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 김씨는 “케이티엑스 고장이 잦아, 올해 추석 승차권을 예매할 때 고장이 잘 난다는 기종은 아닌지 창구 직원에게 물어봤다”며 불안한 속내를 드러냈다.
대전역 직원은 “타려는 열차의 고장 전력을 물어보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며 “특히 인천공항에 가는 이들이 ‘열차가 고장나 비행기를 못 타면 코레일이 책임지느냐’고 물어볼 때가 제일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2일 코레일은 추석 연휴 수송기간 비상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고장이 잇따른 케이티엑스의 차상신호기 이상 원인을 찾는 한편, 모든 고속열차를 대상으로 고장이 잦은 부품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코레일 여객본부는 이날부터 원격 다중안내 시스템을 도입해, 열차 운행중 고장 등이 발생하면 모든 열차와 여객업무 담당자에게 즉시 알리고 고객들에게도 안내방송을 해 돌발상황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비상대책으로는 고속열차의 잦은 고장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레일은 지난 5월 케이티엑스를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주요 부품 교환시기를 앞당겨 견인전동기와 차축베어링 등 주요 부품들을 교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코레일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전까지 부품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 말까지 부품 교체율은 77%에 그치고 있다.
교체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코레일 쪽은 말한다. 현재 부품 수입률은 90%를 넘는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2004년에는 기술 이전을 통해 부품 국산화율이 60%를 넘었으나, 부품 수요가 적다 보니 업체들이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생산을 포기해 수입률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주변압기(1편성당 2개, 1개당 10억원)는 46편성을 모두 교체하게 되면 구입가격만 920억원에 달하지만 교체 주기는 10년에 한번꼴이다. 계면전동기, 댐퍼(차체 진동 흡수장치)와 댐퍼 수리키트, 버퍼(동력차와 객차 사이의 진동 흡수장치) 관련 부품도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코레일 쪽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차량 정비시기에 맞춰 낱개로 수입하고 있으나, 외국의 부품 제조업체들은 3~10년 동안 필요한 수요를 한꺼번에 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부품의 공급 차질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고속차량처 관계자는 “부품 조달 문제는 국토해양부 및 조달청에 이런 사정을 알려 부품을 대량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교체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코레일 쪽은 말한다. 현재 부품 수입률은 90%를 넘는다. 고속철도가 개통된 2004년에는 기술 이전을 통해 부품 국산화율이 60%를 넘었으나, 부품 수요가 적다 보니 업체들이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생산을 포기해 수입률이 급증한 것이다. 실제 주변압기(1편성당 2개, 1개당 10억원)는 46편성을 모두 교체하게 되면 구입가격만 920억원에 달하지만 교체 주기는 10년에 한번꼴이다. 계면전동기, 댐퍼(차체 진동 흡수장치)와 댐퍼 수리키트, 버퍼(동력차와 객차 사이의 진동 흡수장치) 관련 부품도 국내 생산이 중단됐다. 코레일 쪽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차량 정비시기에 맞춰 낱개로 수입하고 있으나, 외국의 부품 제조업체들은 3~10년 동안 필요한 수요를 한꺼번에 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부품의 공급 차질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고속차량처 관계자는 “부품 조달 문제는 국토해양부 및 조달청에 이런 사정을 알려 부품을 대량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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