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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지친 올레꾼 보듬는 ‘돌뱅듸 소리’

등록 2011-09-15 20:56

제주도 서귀포시 월평마을 이창민씨가 14일 오후 마을에서 ‘돌뱅듸 올레’ 방송을 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월평마을 이창민씨가 14일 오후 마을에서 ‘돌뱅듸 올레’ 방송을 하고 있다.
사람과 풍경 자치방송국 운영하는 서귀포 월평마을
올레7코스 종점에 스피커 설치
주민들이 직접 대본 쓰고 진행
올레꾼과 대담·신청곡도 받아
“안녕하세요. 제주도 월평마을 자치방송국의 라디오 방송 ‘돌뱅듸 올레’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나큰 행복입니다.”

14일 오후 4시30분 서귀포시 월평마을 홍보관 ‘돌뱅듸’ 앞에 앉은 이 마을 디제이 이창민(41)씨의 목소리가 전파가 아닌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홍보관이 있는 곳은 제주올레 가운데 인기가 있는 올레 7코스 종점이자, 마을의 유일한 구멍가게인 ‘송이슈퍼’가 자리잡고 있다. ‘돌뱅듸’는 달처럼 생긴 둥근 들녘(월평)을 뜻하는 제주어다.

매주 수~일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30분 동안 이어지는 자치방송은 지난 7월27일 시작돼 이날로 37번째를 맞았다.

자치방송국은 차량이 지나다니는 홍보관 앞 길거리에 탁자를 하나 놓고, 홍보관에 부착한 스피커를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와 마을 소개, 음악을 내보낸다. 때때로 올레꾼이나 주민들과의 대담도 한다. 거리에 내놓은 게시판을 통해 짧은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받기도 하고 ‘질문 이어달리기’, ‘이야기 이어달리기’ 등도 곁들인다.

이씨를 비롯해 방송에 참여하는 주민은 5명. 한라봉 농장을 운영하는 김효자씨, 홍보관에서 일하는 김정순(49·여)씨, 마을의 유일한 20대 여성 박현진씨, 월평정보화센터에 근무하는 고성렬씨 등이다.

방송 대본을 쓰고 컴퓨터로 음악을 검색하고 마이크와 스피커 등 장비를 쓰는 것까지 주민들이 스스로 풀어낸다.

마을 청년회장을 지낸 이씨는 “대본을 갖춰서 디제이 개성에 따라 방송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며 “방송 시간을 맞추고 대본을 쓰는 게 고민되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송을 올레꾼이나 주민들과의 대화로 풀어나가는 김정순씨는 “올레 7코스 종점인 올레꾼 쉼터를 활용해 마을도 홍보하고, 대화로 올레꾼들의 피로도 풀어주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며 웃었다.

‘문화도시공동체 쿠키’가 진행한 예술인집 레지던시(예술 창작인에게 빈 집 등 창작공간 빌려주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 마을에 머물던 작가 김국희(28)씨가 제안하면서 이 자치방송이 시작됐다. 주민들에게 대본 쓰는 법부터 장비 다루는 법까지 가르친 김씨는 “올레 7코스를 완주한 올레꾼들에게도, 마을 주민들에게도 활기를 주고 싶어 주민들과 올레꾼들이 만나는 지점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밭에서 작업하다가 방송시간이 돼서 왔다”는 오경식 마을회장은 “자치방송국을 운영해 마을에 음악이 흐르고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좋다”며 “마을이 생기있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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