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등불 반짝…광주 대인시장 밤이 열린다

22일 광주시 동구 대인예술시장 시장속박물관 앞에서 학생들이 야시장을 환하게 밝힐 종이등과 페트등을 만들고 있다.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느티나무숲 제공

야시장 개막 2주 앞두고
시민이 만든 등불 300여개
만물마차에 게릴라공연…
예술시장 활력소 준비 부산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예술시장의 시장속박물관. 얼마 전까지 점포로 쓰인 박물관은 시장을 장식할 한지등·페트등 따위 형형색색의 등불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이 등불들은 지난 14일부터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져 전시됐다. 시장에 들른 시민과 학생들은 페트병을 잘라 한지로 감싼 뒤 전구를 넣는 방식으로 각양각색의 등불을 만드는 데 손을 보탰다.

이 등불들은 10월7~9일 주변이 재개발에 묶이면서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대인시장의 비좁은 골목길 200여m를 환하게 밝힐 예정이다.

“어둡고 썰렁한 시장 골목을 바꿔 보려고요. 사람도 돌고 물건도 돌아야 시장이 들썩들썩해질 거 아니에요.”

5년차 문화기획자인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의 상주작가지원팀장 김미송(28)씨는 야시장 개막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바쁘다. 야시장에 펼칠 △만물마차 △등불 달기 △골목예술제 △게릴라 공연 등의 내용을 채우는 데 챙겨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새벽 1~2시까지 야근을 하기 일쑤다. 마차 50여개의 모양과 크기를 고민하고, 등불 400여개를 골목에 채울 궁리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시장에 사람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여러 아이디어를 냈어요. 상주작가가 재밌게 마차를 만들고, 시민이 다는 등불을 밝히면 시끌벅적해질까요?”

시민이 야시장에 달 등불을 만드는 아이디어는 호응이 좋은 편이다. 주말엔 50여명이, 평일엔 20여명이 한지로 등불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열흘 만에 이미 등불 300여개가 만들어져 나름 홍보효과도 얻었다.

등불 달기 스태프 김지나(26)씨는 “인근 중앙초등학교와 보습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며 “10여분 동안 공들여 등을 만들고는 ‘어디다 다느냐. 꼭 보러 오겠다’고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신경을 쓰는 대목은 마차 위에 펼쳐놓고 팔 물건들을 마련하는 일이다. 1000원짜리 ‘백반’과 ‘국수’를 비롯해 온갖 먹거리, 상주작가 소품, 신기한 골동품 등을 값싸게 내놓을 예정이다.

상인회장 홍정희(62)씨는 “아예 오는 26일부터 야시장을 상설로 열 방침”이라며 “야시장에 돈이 돌고 정이 돌아 매출이 세배 늘어나는 꿈을 꾸고 있다”며 웃었다.

야시장에선 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예술단 3개팀이 출연해 즉석에서 시민의 여흥을 돋우는 연주와 합창, 마당극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관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