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돈암서원에 그윽한 ‘유학 향기’

2009년 10월 충남 논산 명재고택 앞마당에서 열렸던 제1회 고택음악회 모습. 올해부터는 유물전시회와 음악회가 함께 열린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제공

사람과 풍경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인문마당’ 개최
내년 본격운영 앞서 시범행사
최완수·김홍신씨 등 강연 나서
‘윤증 초상’ 보존처리 뒤 첫공개

소슬한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 유학의 향기가 은은한 곳을 찾아 마음의 문을 여는 건 어떨까.

충남역사문화연구원(원장 변평섭)은 조선후기 기호유학의 본산인 논산 돈암서원에서 오는 24일과 다음달 8일 두차례 ‘인문마당’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돈암서원은 조선 예학을 집대성한 사계 김장생(1548~1631)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1634년 창건됐다. 이번 행사의 본무대인 응도당(보물 1569호)은 유생들이 학문을 갈고닦던 요람이다. 특히 응도당 측면의 ‘눈썹지붕’은 누마루에 들이치는 비를 막아줄 뿐 아니라 여인의 눈썹인 듯 단아하고 가지런한 건축미가 빼어나다.

오는 24일 오후 돈암서원을 찾으면 한국미술사 연구의 대가 최완수(간송미술관 학예실장)씨의 ‘조선 선비와 진경산수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특강 뒤 해거름이 다가오면 국악피아니스트 임동창씨의 특별공연이 마련되며, 국악·뉴에이지·재즈 등을 넘나드는 젊은 연주단체 ‘비(飛) 챔버오케스트라’의 선율도 감상할 수 있다. 다음달 8일에는 소설가 김홍신(전 국회의원)씨의 초청 특강 ‘성찰하는 삶, 인생 사용 설명서’와 국악공연단 ‘모리’의 특별공연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이참에 충남도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확대해 인문학센터 건립까지 나선다는 구상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올해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돈암서원 인문마당 행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맞춰 열리는 명재고택 유물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 숙종 때의 학자로 소론의 영수였던 명재 윤증(1629~1714)의 희귀한 유물들이 시민들에게 다수 공개된다. 오는 28일부터 12월11일까지 공주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윤증 초상 일괄’(보물 1495호)이 2억원을 들여 보존 처리된 뒤 시민들 앞에 첫선을 보인다. 이밖에 윤증과 우암 송시열의 사상적 결별을 보여주는 ‘신유하의상서’도 살펴볼 수 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쪽은 “이번 행사는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등 기호유학을 알리고 현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문의 [phone]. 전진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