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번역센터 안동교 선임연구원이 지난 23일 광주 조선대의 호남권역 한국학자료센터에서 조선 말기 성리학 대가인 노사 기정진 선생 집안의 고문서를 살펴보고 있다.
안동교 연구원 “정철 문중 고서 등 좀먹고 유출돼 허탈”
보유 현황조차 파악 안돼…영남선 고문헌 집대성 활발
보유 현황조차 파악 안돼…영남선 고문헌 집대성 활발
“고서에 좀이 먹으면 냄새가 고약해요. 개별 문중에서 보관하기가 힘들지요.”
한국고전번역원 참여기관인 조선대 한국고전번역센터의 안동교(49·철학박사) 선임연구원은 26일 “2008년 전남 담양의 송강 정철(1536~1593) 선생 후손들이 보관중인 고문헌들이 훼손돼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고문헌이란 고서(문집류, 역사책, 문학서)와 고문서(호적, 간찰 등 문서), 고서화(옛 글씨나 그림) 등을 총칭한다. 그는 “그때 4000여점의 고문헌에서 종이컵 1개 분량의 좀과 책벌레를 잡아 항균 처리했다”며 “귀중한 고문헌들이 전남대 도서관 고서실에 위탁 보관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에서 기술된 고문헌들은 기층 사회의 역사적 실상을 밝혀줄 귀중한 자료들이지만, 아직까지 보유 현황과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호남지역 학자들의 사상이 담긴 문집이나 생활인들이 기록한 자료 등이 점차 훼손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일부 유출되기도 한다. 조선대의 호남권역 한국학자료센터는 최근 행주 기씨 문중 고문헌 400여점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는데, 조선 말기 성리학의 대가인 노사 기정진(1798~1879) 선생 집안의 고문헌 일부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안동교 선임연구원은 “19세기 이전의 유일한 무등산 지도 그림은 영남지역 한 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고, 보성 대계서원의 역사를 기록한 고서 5권 가운데 1권이 다른 지역에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지역에선 고문헌 집대성 작업이 비교적 활발한 양상이다. 1995년 경북 안동에 설립된 한국국학진흥원은 2002년부터 ‘유교 목판 10만장 수집 운동’을 시작해 7만여장을 수집했으며, 앞으로 10만장을 모으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학진흥원은 최첨단 시설에 문중이 맡긴 고문헌을 안정적으로 보관하면서, 20여명의 연구원들이 수집된 자료를 번역하고 연구하고 있다. 경남 진주의 경상대에 설립된 문천각(남명학연구소)도 5만~6만권의 고문헌을 소장하고 있으며, 계명대·영남대·경북대·안동대 등에도 7만~8만권씩 고서가 있다.
호남에선 전남대에 3만여권, 전북대 1만여권, 조선대 5000여권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지역의 각종 기록문헌 등을 전문적으로 보관할 이른바 호남고문헌센터의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기관들이 서원, 향교, 사찰, 문중, 개인 등이 보관해온 고문헌 자료를 발굴해 수집하고 연구하는 구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교 선임연구원은 “호남의 고문헌 자료들을 번역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면 한국학 연구의 토대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광주시와 전남도, 대학 등이 정부에 건의해 센터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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