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팔도강산’ 걷는 훈련 도와주는 노인용 게임
게임으로 ‘치료’가 이뤄진다면 어떨까? 재활 걷기훈련이나 손발 협동작업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게임’에서는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호서대학교 게임공학과가 개발한 ‘팔도강산’은 제주 올레길을 모델링해 실제 걷는 느낌을 주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즐겁게 걷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인용 기능성 게임이다.
사용자가 발판 위에 올라서면, 걷는 속도에 맞춰 게임 안의 캐릭터가 함께 움직인다. 캐릭터는 양떼를 몰고 있는데, 손에 든 조작기를 눌러 양떼를 함께 몰아 도착점까지 걸어 와야 한다. 2인용 게임으로, 걸음이 빠르고 양떼를 가장 많이 몰아온 사람이 승리한다.
지난 9월 1차 개발을 완료했지만, 실제 300여명의 노인들이 체험한 결과 제품의 방향도 바뀌었다. 초기에는 의자에 앉아 다리 근육을 훈련하는 제품이었으나, 발힘이 약한 노약자들의 경우 오히려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다음에는 서서 팔걸이를 잡고 지탱하는 형태를 취했는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해 앞으로 상용화될 기기에는 한 손에 들어오는 조이스틱 형태로 변경하기로 했다. 뇌파 측정기를 활용, 게임에 집중할 경우 올레길 주변에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효과 등도 가미할 계획이다. 게임을 개발한 김경식 호서대 게임공학과 학과장(52)은 “지난 9월 한달간 이 게임기를 천안사회복지관에 설치해 시험운영한 결과, 상당수 노인분들이 줄을 설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며 “손과 발을 함께 사용해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서울지역 치매센터에 이 게임기가 비치될 예정이다.
이런 기능성 게임은 게임 고유의 즐거움에 학습 효과를 가미한 것으로, 최근 교육용·의료용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엔씨소프트에서도 지적장애아동을 위한 기능성 게임을 공익 목적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엔에이치엔에서도 유아를 위한 한자마루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게임·포털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세계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가 2009년 52억달러에서 2012년 9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성장하는 기능성 게임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대회도 국내에서 열린다. 경기도와 성남시가 주최하는 2011 경기기능성 게임페스티벌은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성남시청에서 열리며, 국내외 150개 업체가 참여해 전시 및 해외 판매 활동을 펼친다. ‘팔도강산’도 여기 출품해 실버 시장 및 재활의료기기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3회째를 맞았으며, 지난해 전시에서는 약 800만달러 규모의 해외 판매가 이뤄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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