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강원 11곳 ‘공무국외여행 규정’ 마련 안해
정부 제정 권고도 묵살…“윤리의식 망각” 비판
정부 제정 권고도 묵살…“윤리의식 망각” 비판
충청·강원지역의 기초의회 11곳이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정’도 없이 의원들 사이의 협의만 거쳐 연수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여행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권고안조차 이들 의회는 묵살하고 있어 ‘의원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겨레>가 대전·충남·충북·강원 기초의회 51곳을 모두 조사한 결과, 11개 의회에서 ‘지방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행정안전부는 2000년과 2006·2009년 “지방의원의 공무국외여행이 정책연수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되게 추진되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결과가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칙의 제정과 개정을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기초의회는 여전히 관련 규칙의 제정을 미룬 채 변변한 심사위원회조차 꾸리지 않고 있다.
충남 공주시의회 고광철 의장은 “규칙을 아직 만들지 않았다. 제정을 검토해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 나아가 전경일 공주시의회 사무국장은 “규칙을 제정할 마음이 없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행안부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주시의회 의원 7명은 지난달 2500여만원을 들여 몽골로 3박4일간 국외연수를 가면서 의회 직원을 5명이나 동행시키고, 일정 또한 관광지 일색이어서 주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충북 증평군의회 의원들도 관련 규칙의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지난해 10월 증평군의회 의원 7명 전원은 싱가포르로 2200만원을 들여 4박5일간 ‘공공시설 및 관광산업 시찰’ 명목으로 국외연수를 다녀왔으며, 올해도 연말께 연수가 예정돼 있다.
강원지역에선 18개 시·군 가운데 공무국외여행 규칙이 아예 없는 지역이 무려 8곳이다. 철원군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몇차례 논의를 하긴 했지만 실제 조례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양양군의회 김현수 의원은 “지난 8월 군의원들이 양양공항 활성화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대만을 방문했을 때도 일부 잡음이 있어, 의원들의 뜻을 모아 관련 규칙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행안부 선거의회과 관계자는 “관련 규칙의 제정·개정을 권고하는 공문을 지자체에 보내지만 강제성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계속 이 문제가 이어진다면 지방자치법에 관련 규칙 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는 “의원들이 세금으로 국외연수를 가면서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망각하고 있어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 의원 공무국외여행과 관련해 심사위원회에 민간위원 과반수 참여, 의결 정족수 강화, 여행 계획서·보고서의 공개 의무화 등을 담은 규칙 개정 권고안을 거듭 제시했지만 기초의회의 실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진식 정인환 기자 seek16@hani.co.kr
전진식 정인환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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