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평초교 오늘 벼베기 행사
3년전 농촌마을 연계해 시작
고무통 200개에 벼농사 지어
3년전 농촌마을 연계해 시작
고무통 200개에 벼농사 지어
대전 중구 유천2동 원평초등학교 어린이들은 13일 학교에서 추수행사를 연다. 어린 농부들은 낫으로 벼를 베고 홀태, 호롱기 등 전통 탈곡기를 사용해 타작을 한다. 추수행사는 자매결연을 맺은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홍성환경농업마을 농민들이 낫과 멍석, 도정용 말린 벼 등 농기구를 준비해 벼베기부터 도정, 짚풀공예와 달걀꾸러미 만들기, 허수아비 만들기까지 체험하도록 준비했다.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 학교에서 추수를 하는 것은 고무통으로 만든 학교 논이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 논은 1m 넓이의 고무통 200개 규모로, 1통에 벼 6포기씩 심고 전교생이 1포기씩 분양받아 키웠다. 아이들은 고무통 논에 흙과 물을 채우고 지난 6월14일 모내기를 한 뒤, 우렁과 미꾸라지를 넣어 친환경 농사를 지었다. 지난여름에는 5학년 어린이들이 홍성군 홍동면 문당마을을 방문해 농촌 체험을 했다.
농민과 학교는 홍성한우 1마리를 잡고, 수확한 쌀로 인절미를 만들어 추수에 나선 어린 농부들과 나눠 먹을 예정이다. 추수행사에 참석하면 특선 식혜와 주먹밥도 맛볼 수 있다.
이 학교에 학교 논이 생긴 것은 2009년 충남도의 주선으로 학교 급식용 쌀을 홍성환경농업마을의 친환경 쌀로 결정하면서부터다. 안정적인 쌀 수요처를 마련한 농민들은 도심 어린이들에게 벼 재배 과정을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학교 논 만들기에 나섰다.
이런 추수행사는 농촌 마을과 도심 학교의 상생관계로 발전해 올해 연기, 공주, 서천, 금산, 논산, 보령, 청양, 태안, 서산 등 충남 10개 시·군 농민단체와 대전권 6개 초등학교를 비롯해 서울 이수초 등 8개 초등학교로 확대됐다.
노봉곤 원평초 교장은 “벼가 익으면서 참새들이 많이 날아드는데 아이들이 좋아해 허수아비를 세우지 않았다”며 “벼를 베고 나면 보리와 밀을 심어 아이들에게 우리 농작물의 소중함과 땅의 정직함을 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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